한국은행이 지난해 두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등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실물부문에서 돈이 제대로 돌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2일 '통화승수 하락의 원인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통화승수가 계속 하락하면 중앙은행이 돈을 풀어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통화승수란 본원통화 대비 통화량으로 중앙은행에서 풀린 돈이 시중에 얼마나 잘 유통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2008년 7월 27.3배까지 상승했던 한국의 통화승수는 이후 추세적인 하락세를 보여 지난해 11월 19.5배로까지 내려앉았다.

통화승수가 줄어든 것은 현금통화가 2007년 약 21조원에서 2014년 57조7000억원으로 연평균 15.5% 늘어난 데 비해 파생통화인 예금통화는 1176조1000억원에서 1944조7000억원으로 상대적으로 느린 연평균 7.3% 증가율을 보였기 때문이다.

김천구 선임 연구원은 "은행 건전성 강화를 위해 예대율 규제 정책이 도입되고, 5만원권 발행 이후 경제주체들의 현금보유성향이 높아지는 등 제도적 측면의 원인이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경기가 부진하면서 가계의 평균소비성향과 기업의 투자가 줄고, 저물가·저금리 기조 장기화에 따라 화폐 보유에 대한 기회비용이 하락한데다 주식·부동산시장도 부진한 등 경기적 측면이 통화승수 하락을 가져온 것으로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기업 투자를 확대하고 가계 소비여력을 확충하는 등 유효수요 창출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현 통화정책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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