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되풀이되는 '편법' 검사파견
“부장님, 청와대 가는 거 아닙니까?”

“아닙니다. 개인적인 사정이니까 이제 그만 물어봐 주세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한 핵심부서 부장검사가 돌연 사의를 표명한 지난달 말, 기자들과 검사 사이에는 종일 이 같은 대화가 오갔다. 해당 검사가 맡은 마지막 사건 관련 브리핑이 있던 날이었지만 사건보다는 그의 행보에 더 많은 관심이 쏠렸다. 한창 잘나가는 중앙지검 부장검사가 갑자기 옷을 벗는 일은 이례적인데다가 검찰 중간 간부급 인사가 불과 2주 앞으로 다가온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바뀌었지만 우려는 또다시 현실이 됐다. 지난 17일 중간 간부급 인사에서 의원면직 처리된 권정훈 부산지검 형사1부장(사법연수원 24기)이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내정된 것이다. 대구 출신으로 법무부 검찰과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그는 지난해 초 국가정보원 증거조작 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등 연수원 동기 중에서도 선두 주자로 꼽혀왔다. 권 부장검사 외에도 평검사 2명이 사표를 내고 청와대 행정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같은 인사에 대해 비판이 나오는 것은 현행 검찰청법 취지를 거스르는 ‘편법’ 인사이기 때문이다. 검찰청법 44조의 2는 검사가 대통령비서실에 파견되거나 대통령비서실의 직위를 겸임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청와대가 검찰에 압력을 행사하거나 양측 간 유착을 피하기 위해 1997년 신설된 조항이다. 그러나 이후에도 검사가 사표를 내고 청와대에서 일하다가 검찰에 재임용되는 방식으로 복귀하는 일이 반복됐다. 이명박 정부 때는 이중희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23기·현 순천지청장) 등 22명의 검사가 청와대에 파견 근무했으며 전원 검찰로 복귀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대선 때 검사들의 파견을 제한해 정치권의 외압을 차단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하지만 이번 정부 들어 이미 청와대에 파견된 검사만 10여명에 이른다. 청와대에 몸담았던 검사들이 복귀해 좋은 보직을 맡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검찰이 독립성을 가진 행정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청와대 파견 검사의 검찰 복직을 막는 조항을 신설하는 등 편법 파견의 부작용을 막을 방법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된 것 같다.

정소람 지식사회부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