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등급 내릴 땐 '느릿느릿'…눈치만 보는 신용평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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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등급 '베끼기' 판친다
"수수료 주는 고객한테 찍힐라"
경쟁사 등급 내리면 뒤늦게 강등
한국기업평가는 '소신 강등' 많아
"수수료 주는 고객한테 찍힐라"
경쟁사 등급 내리면 뒤늦게 강등
한국기업평가는 '소신 강등' 많아
국내 신용평가 3사 중 한국신용평가가 작년 기업 신용등급을 가장 더디게 강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사가 한발 앞서 신용등급을 내리면, 이를 그대로 뒤쫓아간 사례가 가장 많았다. 반면 이익률과 주주 배당 성향은 3사 가운데 가장 높아 신용평가 경쟁력 강화보다 ‘장사’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신평의 최대주주는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다.
◆한신평, '늑장 강등' 빈번…강등후 최하등급은 최다
한국경제신문 마켓인사이트 분석 결과 신용평가 3사 중 ‘늑장 강등’이 가장 많은 곳은 한국신용평가로 집계됐다. 다른 평가사와 똑같이 등급을 한 단계씩 낮춘 26개 기업 중 한국신용평가가 가장 먼저 강등을 결정(평가일 기준)한 기업은 5곳에 그쳤다. 나머지 21곳은 한국기업평가 또는 나이스신용평가가 더 빨랐다는 얘기다.
신용평가 업계에선 신용등급을 똑같이 변경하더라도 누가 먼저 조정하느냐가 중요한 의미를 띤다.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강등할 경우 평가 대상 업체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을’의 입장인 신용평가사의 영업에 불리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괘씸죄에 걸리지 않기 위해 다른 신평사가 먼저 내린 후 따라서 내리는 걸 선호하게 된다는 얘기다.
한 신용평가 업계 관계자는 “신용등급 변동 타이밍만으로 평가사별 태도를 평가하긴 어렵다”면서도 “한국신용평가의 강등 시점이 다소 늦는 배경 중엔 무디스가 영업 실적에 신경을 많이 쓰는 탓도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2013년 313억원의 매출과 76억원의 순이익으로, 신평사 중 가장 높은 이익률을 기록한 한국신용평가는 그해 이익의 대부분인 68억원을 무디스 등 주주들을 위한 배당으로 썼다. 무디스의 지분율은 50%+1주다.
반대로 신속한 등급 강등이 가장 많았던 신평사는 한국기업평가였다. 경쟁사와 똑같이 한 단계씩 등급을 낮춘 27개사 가운데 가장 빨리 강등한 곳이 20개사였다.
다만 한국신용평가는 신용등급 변경 속도와 별개로 ‘강등후 등급이 엇갈린’(split rating) 7개 사례에선 가장 엄정한 판단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플랜텍과 한진중공업, 현대상선 등 자사가 평가한 5곳의 신용등급을 모두 가장 낮게 평가했다.
◆상향 따라 하기는 ‘빨리’, 하향 따라 하기는 ‘천천히’
경쟁사의 등급 조정을 뒤늦게 따라 하는 속도도 상향 때는 대체적으로 빨랐던 반면, 강등 때는 느렸던 것으로 분석됐다. 작년 신평사 두 곳 이상이 신용등급을 똑같이 올린 기업은 16개사였는데, 이 중 가장 빨리 올린 신평사와 가장 늦게 올린 신평사의 평균 시간차는 24일이었다. 반대로 신용등급을 내린 38개사는 평균 61일이었다. 부정적 평가를 따라 하는 것에서도 고객 기업 눈치를 봤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본부장은 “2013년 ‘동양그룹 사태’를 계기로 금융당국이 특별검사를 벌인 이래 신평사들이 종전보다 신용등급 강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하지만 시장이 기대하는 만큼의 엄정한 평가를 하기까진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신용평가 3사가 평가 대상 기업과 신용등급을 미리 조율한 뒤 평가 계약을 맺는 이른바 ‘신용등급 장사’를 해온 혐의로 임직원들에게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이태호/하헌형 기자 thlee@hankyung.com
◆한신평, '늑장 강등' 빈번…강등후 최하등급은 최다
한국경제신문 마켓인사이트 분석 결과 신용평가 3사 중 ‘늑장 강등’이 가장 많은 곳은 한국신용평가로 집계됐다. 다른 평가사와 똑같이 등급을 한 단계씩 낮춘 26개 기업 중 한국신용평가가 가장 먼저 강등을 결정(평가일 기준)한 기업은 5곳에 그쳤다. 나머지 21곳은 한국기업평가 또는 나이스신용평가가 더 빨랐다는 얘기다.
신용평가 업계에선 신용등급을 똑같이 변경하더라도 누가 먼저 조정하느냐가 중요한 의미를 띤다.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강등할 경우 평가 대상 업체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을’의 입장인 신용평가사의 영업에 불리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괘씸죄에 걸리지 않기 위해 다른 신평사가 먼저 내린 후 따라서 내리는 걸 선호하게 된다는 얘기다.
한 신용평가 업계 관계자는 “신용등급 변동 타이밍만으로 평가사별 태도를 평가하긴 어렵다”면서도 “한국신용평가의 강등 시점이 다소 늦는 배경 중엔 무디스가 영업 실적에 신경을 많이 쓰는 탓도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2013년 313억원의 매출과 76억원의 순이익으로, 신평사 중 가장 높은 이익률을 기록한 한국신용평가는 그해 이익의 대부분인 68억원을 무디스 등 주주들을 위한 배당으로 썼다. 무디스의 지분율은 50%+1주다.
반대로 신속한 등급 강등이 가장 많았던 신평사는 한국기업평가였다. 경쟁사와 똑같이 한 단계씩 등급을 낮춘 27개사 가운데 가장 빨리 강등한 곳이 20개사였다.
다만 한국신용평가는 신용등급 변경 속도와 별개로 ‘강등후 등급이 엇갈린’(split rating) 7개 사례에선 가장 엄정한 판단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플랜텍과 한진중공업, 현대상선 등 자사가 평가한 5곳의 신용등급을 모두 가장 낮게 평가했다.
◆상향 따라 하기는 ‘빨리’, 하향 따라 하기는 ‘천천히’
경쟁사의 등급 조정을 뒤늦게 따라 하는 속도도 상향 때는 대체적으로 빨랐던 반면, 강등 때는 느렸던 것으로 분석됐다. 작년 신평사 두 곳 이상이 신용등급을 똑같이 올린 기업은 16개사였는데, 이 중 가장 빨리 올린 신평사와 가장 늦게 올린 신평사의 평균 시간차는 24일이었다. 반대로 신용등급을 내린 38개사는 평균 61일이었다. 부정적 평가를 따라 하는 것에서도 고객 기업 눈치를 봤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본부장은 “2013년 ‘동양그룹 사태’를 계기로 금융당국이 특별검사를 벌인 이래 신평사들이 종전보다 신용등급 강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하지만 시장이 기대하는 만큼의 엄정한 평가를 하기까진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신용평가 3사가 평가 대상 기업과 신용등급을 미리 조율한 뒤 평가 계약을 맺는 이른바 ‘신용등급 장사’를 해온 혐의로 임직원들에게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이태호/하헌형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