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주류' 내각 장악…당(黨)은 비주류가 접수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 2년(오는 25일)이 되면서 친박근혜(친박)계 정치인이 정부 고위직을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22일 조사됐다. 같은 기간 새누리당의 지도부는 친박 주류에서 비주류로 교체됐다.

국무총리와 부처 장관, 청와대 실장 및 수석 등 고위직(국민안전처 장관 등 신설 직책은 제외) 인사 30명이 지난 2년간 어떻게 변했는지 분석한 결과 정치인 출신은 5명에서 8명으로 늘었다. 이완구 국무총리와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 내각 컨트롤타워 3인방이 친박 주류 정치인들로 채워졌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할 때는 총리가 법조계 출신(정홍원 전 총리)이었고, 기재부와 교육부 장관은 모두 관료 출신(현오석 전 부총리 및 서남수 전 장관)이 차지했다.

국토교통부 장관(유일호 의원)과 해양수산부 장관(유기준 의원) 자리도 3기 내각 구성과 함께 정치인 출신이 채울 예정(현재 후보자 신분)이다. 청와대 경제수석도 관료(조원동 전 수석)에서 정치인(안종범 수석)으로 바뀌었다. 거기다 교체가 예고된 대통령 비서실장에 정치인 출신들이 거론되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관료 출신은 9명에서 7명으로 줄었다. 교수 및 연구원 출신도 8명에서 6명이 됐다. 이 밖에 법조계 출신과 군 출신은 현재 각각 4명과 3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2년 동안 세제개편, 연금개혁, 연말정산 개편 등의 정책을 추진하면서 정무적 감각이 부족해 국민들의 비판을 받은 적이 많았다”며 “민심을 직접 듣는 정치인 출신들을 정부 요직에 기용한 만큼 이런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아는 정치인 출신 장관들을 내각 전면에 내세워 집권 3년차 정책 드라이브를 걸려는 차원”이라고 했다.

출신 지역을 기준으로 하면 TK(대구·경북) 출신이 4명에서 8명으로 늘었다. PK(부산·경남) 지역을 포함한 영남권 전체를 기준으로 하면 8명에서 13명으로 5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도권(서울·인천·경기) 출신은 11명에서 8명으로 줄었고, 호남 출신 역시 5명에서 3명으로 감소했다. 이런 흐름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은 영남 편중 인사라고 비판하고 있다.

출신 대학은 서울대가 13명으로 가장 많았다. 정권 초기와 비교하면 2명 늘었다. 집권 초 주목받던 성균관대 출신은 7명에서 3명으로 줄었고, 연세대 출신은 2명에서 3명이 됐다. 박 대통령의 출신 대학인 서강대 출신은 1명에서 0명이 됐다. 고위직 30명의 평균 연령은 집권 초와 현재 모두 59.3세다.

정부 고위직에 친박 주류 정치인들이 자리를 잡는 동안 새누리당 지도부는 비주류 중심으로 넘어갔다. 김무성 대표-유승민 원내대표 체제가 들어선 결과다. 정책위원회 의장(원유철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조해진 의원), 사무총장(이군현 의원) 등도 비주류로 분류되던 인물이다. 정부 출범 직후 황우여 대표-최경환 원내대표 체제가 자리 잡은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