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주삿바늘 접촉사고, 힘든 시간이었죠"
“돌아와 만난 아내와 아이들의 표정에서 남편과 아버지를 아주 자랑스러워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에볼라가 창궐한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서 의료활동을 하고 귀환한 한국 긴급구호대 1진 팀장 신형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센터장(51·사진)의 표정에는 홀가분함과 뿌듯함이 배어났다. 신 센터장은 육군 오대근 중령(39)과 오지숙 대위(29), 해군 이태헌 대위(35), 박교연(28) 최우선(26) 홍나연(31) 간호사 등 9명과 지난해 12월21일부터 시에라리온 프리타운 에볼라 치료소에서 30여일간 의료활동을 한 뒤 지난달 26일 귀국했다.

신 센터장은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통화 및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기회를 통해 고생은 했지만 전염병 환자들이 어떻게 치료되는지를 생생하게 경험했다”며 “진료 중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됐던 세르비아 출신 간호사가 회복해 퇴원했을 때가 가장 감동적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동료 대원 한 명이 주삿바늘 접촉 사고로 활동을 중단하고 독일로 후송되는 긴박한 상황도 경험했다. 신 센터장은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이 제기돼 동료 한 명이 구호대에서 중도 하차하게 된 때가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목숨을 잃는 환자들을 지켜보는 게 큰 고통이었다. 이태헌 대위는 “투병 끝에 숨진 두 살배기 환자가 있었는데 울고 있는 아이 어머니를 위로할 방법이 없어 스스로 작아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최우선 간호사는 “에볼라가 완치돼 퇴원하는 환자에게 축하의 말을 건네려고 했는데 표정이 좋지 않아 왜 그러느냐고 물어보니 아내와 아들, 부모님을 잃었다고 했다”며 “어떻게 이들의 슬픔을 위로해야 할지 무척 막막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대원들은 이번에 쌓은 경험을 앞으로 한국에서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최 간호사는 “우려도, 격려의 목소리도 많았는데 이번 의료 경험이 앞으로 한국에도 혹시 있을지 모를 전염병 상황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들에 이어 긴급구호대 2진이 시에라리온에서 활동 중이다. 23일부터는 구호대 3진이 바통을 넘겨받는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