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 "기업의 도전과 대학의 연구지원이 日 산업경쟁력 키워드"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 공동 수상자인 아마노 히로시(天野浩·55) 나고야대 교수는 지난 19일 “새롭게 도전하는 기업과 그걸 지원하는 대학이 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키워드”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나고야대 국제담당 부총장실에서 이 대학 초빙교수로 있는 이준현 부산대 기계공학부 교수와 대담했다. 이 교수는 이명박 정부 시절 초대 에너지기술평가원장을 지내며 아마노 교수의 노벨상 수상 계기가 된 발광다이오드(LED) 등 에너지 관련 정책과 연구 지원을 담당했다.

아마노 교수는 “청색 LED 개발은 대학과 기업의 힘이 연결된 성공적 사례”라며 “기업들이 자신의 부족한 점을 숨기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학을 활용한다면 기초과학이 응용과학으로 연계되는 데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린 시절 자주 2~3일씩 결석하고 과학을 끔찍이 싫어했다고 말하는 아마노 교수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즐기는 긍정적 생각과 인내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준현 교수
이준현 교수
▷노벨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우선 과학자로서 교수님의 어린 시절은 어땠습니까.

“초등학생 때 ‘스포츠에선 결코 이길 수 없구나’라고 생각하고 일찌감치 운동을 포기한 기억이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대개 중학교 때부터 수험공부를 시작하는데 당시 공부해야 하는 의미를 찾지 못했습니다. 스스로 답답해하고 집중하지 못했죠. 그래서 공학자, 연구자가 되는 것은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습니다.”

▷모범적인 훌륭한 학생은 아니었군요.

“고등학교 때는 물리나 과학을 굉장히 싫어했습니다. 그래도 수학은 좋아했습니다. 굳이 학생들에게 얘기한다면 일단 자기가 좋아하는 일, 자기가 자신있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좋다고 말해 주고 싶습니다.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학생들에게 ‘왜 공학을 해야 하는지’ 이유를 제대로 설명해주고 싶습니다. 입시를 위한 공학이어서는 안될 겁니다.”

▷그동안 연구에 매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입니까.

“원래 낙관적인 편인 것 같습니다(웃음). 주어진 상황을 즐길 수 있는 성격이죠. 어린 시절 출석일수도 채우지 못할 정도로 허약한 아이였습니다. 그래서 살아가는 것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하게 되고, 그 자체를 즐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연구자로서 지도교수였던 아카사키 이사무 교수와의 만남은 어땠습니까.

“아카사키 교수는 마쓰시타전기(현 파나소닉) 도쿄연구소에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연구를 오랫동안 해오다 대학으로 온 분입니다. 그래서 제가 대학시절 봐 온 많은 선생님과는 전혀 달랐죠. 말로 표현하긴 어렵지만 ‘아 이런 게 기업인이구나’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아카사키 교수님으로부터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연구자로서의 마음가짐입니다. 자주 말씀하셨던 것은 “다른 사람과 똑같은 것은 하지 말라”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인데 교수님으로부터 직접 듣기보다 옆에서 보고 느낀 점입니다.”

▷현재 하고 있거나 앞으로 계획 중인 연구는 무엇입니까.

“LED에 대해서는 꼭 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하나는 싸게 만들고 성능을 더욱 높이는 것입니다. 또 하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파워 디바이스, 즉 전력용 반도체의 성능 향상입니다. 이는 LED 못지않게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연구 가치가 있습니다. ”

▷국제 공동 연구도 앞으로 더욱 늘어날 텐데, 한국과의 공동 연구는 없습니까.

“이미 하고 있습니다. 한국 박사 후 과정 연구원을 받아들였습니다. 이들의 출신 대학과 공동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LED는 전기에너지를 빛으로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이걸 역으로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빛을 전기로 바꾸는, 즉 이 재료를 태양전지로 바꿔서 사용한다면 이론상으로는 효율이 50% 넘는 태양전지도 가능할 겁니다.”

▷기초과학을 실용화하기 위해서는 모든 분야에서 데스밸리(죽음의 계곡·기초과학의 성과가 상용화되지 못하는 현상)를 극복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기초과학과 응용연구의 연계를 어떻게 실현하면 좋을까요.

“청색 LED 개발 성공 과정을 보십시오. 우선 연구는 대학에서 시작했습니다. 그걸 일본 과학기술진흥기구(JST)가 찾아내서 연구 개발 예산을 책정했죠. 여기에 도요타합성이라는 기업이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실용화 연구에 가속이 붙었습니다. 따라서 대학과 기업의 힘을 연결시키는 과정이 좋게 발휘된 성공적인 사례입니다.”

▷어떻게 하면 산학 협력관계가 강해질 수 있습니까.

“그런 면에서 보면 우리는 굉장히 축복받은 환경입니다. 기업 쪽에서 의뢰를 받아서 하는 연구가 많습니다. 이렇게 되면 산업계에서 무엇이 문제인지를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학에서도 연구 방침을 세우기도 쉽습니다. 기업들도 자신의 부족한 점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학을 활용한다면 앞으로 기초과학이 응용과학으로 연계되는 데 더욱 속도가 붙을 것입니다.”

▷LED 산업 내 국가 간, 기업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 같습니다.

“전 세계 LED 업계에서 실질적으로 지식재산권을 가지고 있는 회사는 5개에 불과합니다. 이 회사들은 무척 강합니다.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서는 새로운 아이디어의 LED가 필요합니다. 우리 역시 새로운 구조의 LED를 만들어 냄으로써 세상에 기여하고 싶고, 그런 기업들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아직까지는 실용화하는 데 여러 가지 벽이 있기 때문에 우리와 같은 대학이 지원하는 겁니다. 새롭게 도전하는 기업과 그걸 서포트하는 대학이 경쟁력을 키우는 하나의 키워드입니다.”

▷황우석 사태나 일본 만능세포 STAP세포 등 과학계 연구 부정행위는 왜 일어나는 걸까요.

“한국과 일본 과학계의 성과 위주 풍토에서 비롯된 부작용입니다. ‘임팩트 팩터’가 평가방법 중 하나로 중요하지만 거기에 치중하다 보면 과정이 비뚤어지기 마련입니다. 영향력 높은 논문을 장려하는 것은 좋지만 너무 성급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할 겁니다.”

▷마지막으로 지금도 연구 중인 공학도들에게 한마디 해주십시오.

“새로운 시대를 구축하는 것은 역시 지금의 젊은 세대가 얼마나 노력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현재 사회시스템에서 자기가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 보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것이다’라는 생각이 들면 망설임 없이 매진하는 겁니다. 그렇게 한다면 젊은 세대가 생각하는 새로운 세계가 만들어질 겁니다. 장애물이 있어도 극복하기 위해 연구를 즐기면서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마노 교수는…

지난해 노벨상을 받은 일본의 대표 전자공학자다. 1979년 나고야대 전자공학과에 입학해 1988년 아카사키 이사무 교수의 지도를 받아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2년 스승인 아카사키 교수와 함께 과학계의 오랜 숙제로 여겨지던 청색 LED(발광다이오드) 개발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2002년 메이조대에서 교수로 임용된 그는 2010년 모교인 나고야대로 돌아와 플라즈마 나노공학연구센터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지난해 스웨덴 왕립과학한림원은 청색 LED 개발의 공을 인정해 이들과 나카무라 슈지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타바버라 교수를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빛의 3요소인 적·녹·청색 LED 가운데 적·녹색 LED는 1960년대 이미 개발됐으나 이후 30년간 훨씬 짧은 파장의 청색광 LED가 개발되지 못해 백색 LED는 실용화되지 못했다. 왕립과학한림원은 “세계 전기 소비량의 4분의 1이 조명용으로 사용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형광등보다 네 배 이상 고효율인 LED의 상용화는 지구 자원을 절약하는 데 이바지했다”고 아마노 교수의 연구 실적을 평가했다.

나고야=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