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 간 설 연휴로 국내 증시의 '장기 휴장'이 마무리됐다. 다음주 다가올 3월 주식시장에서는 유동성 매매, 변동성 활용 그리고 중소형 섹터(업종) 순환매 흐름 등을 파악해 투자전략을 짜야한다고 증시전문가들은 분석했다.

◆ 그리스 구제금융·미 FOMC 등 핵심 글로벌 이벤트 결과 '긍정적'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설 연휴 기간 동안 글로벌 증시는 대부분 상승했다. 지난 20일 그리스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채권단이 그리스 구제금융 4개월 연장안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그리스가 당초 요구한 6개월 연장안보다 2개월 단축됐지만, 6월 말까지는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미국 증시는 설 연휴 기간 동안 모두 뛰었다. 18일 공개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금리인상에 대한 인내심을 유지할 것'을 시사한데 이어 20일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이 타결되서다. S&P500과 다우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나스닥은 5000 포인트 가까이 상승해 닷컴 버블 붕괴 직전인 2000년 3월 이후 최고 수준을 회복했다.

유럽과 일본 증시도 올랐다. 유럽지수인 STOXX50은 연휴 기간 동안 1.5% 올랐고, 일본 닛케이지수는 3거래일 연속 올라 2000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의 경우 구로다 총재의 긍정적인 경기회복 평가와 더불어 무역지표가 호조를 보인 덕분으로 분석됐다. 18일 일본 중앙은행은 현행 양적완화 규모(연간 80조원)을 이어가기로 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시장전략팀 수석연구원은 "설 연휴 기간 중 글로벌 증시의 핵심 이벤트로 부각된 미 FOMC 의사록 공개와 그리스의 구제금융 연장안 합의 이슈가 증시에 우호적인 결과로 마무리되면서 연휴 이후 국내 증시도 상승 시도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이익 모멘텀(동력)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모멘텀을 고려할 때 정보기술(IT)과 자동차가 지수의 추가 반등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이코노미스트도 "그리스와 유로존이 한시적인 타협점을 찾았지만, 이는 곧 역내 국가들이 그리스의 유로존 퇴출을 바라지 않는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유동성의 힘' 발휘되나…코스피 2000선 회복 가시화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주요국 증시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유동성이다. 3월 유럽발(發) 유동성이 가세하기도 전에 2월부터 격화된 전세계 통화전쟁, 유동성 확대 정책의 영향으로 유동성의 힘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선진국과 신흥국 펀드로 유입된 자금 규모는 각각 56억 달러와 7억5000만 달러로, 2주 연속 자금이 유입됐다. 특히 지난달부터 주식형 펀드로 자금유입이 뚜렷하다는 설명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시장전략 연구원은 "이번주에는 GME(Global Emerging Market)펀드로 15주 만에 자금이 유입됐다"며 "이 펀드는 글로벌이머징마켓 펀드로 대표적인 신흥국과 한국 관련 투자 펀드다"라고 말했다.

이어 "GEM펀드로 자금 유입은 선진국, 그 중에서도 유럽과 일부 신흥국으로 집중돼온 글로벌 유동성이 지난주부터 확산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내다봤다.

지금까지는 전초전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 연구원의 분석이다. 그는 "3월부터 유럽발 유동성이 가세할 경우 그 확산 속도나 강도는 빨라지고 강해질 전망"이라며 "코스피도 유동성 모멘텀의 수혜를 받아 2000선 회복 시도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 SK하이닉스·코라오홀딩스 등 3월 증시 투자 유망株

글로벌 리스크가 줄어든 반면에 유동성 모멘텀의 수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국내 기업들의 실적 하향 조정세도 주춤해지자 3월 투자 유망주(株) 찾기에 시장이 분주하다.

대신증권은 "최근 글로벌 자산시장, 금융시장의 변화가 업종별 이익 전망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며 "조선, 기계, 비철금속 업종의 실적 상향조정과 동시에 올들어 처음 개선세(1분기 기준)를 보인 에너지 업종이 대표적인 예"라고 분석했다.

현대증권은 "1월초 대비 이익 전망치의 상향 종목수가 많지 않다는 점은 부담이지만 이익 모멘텀 측면에서는 IT, 밸류에이션 매력은 자동차, 조선, 정유, 금융 섹터가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다.

배성영 연구원은 "아직 대형주의 접근은 섹터보다 종목별 대응이 유리할 것"이라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현대제철, GS, S-Oil, 한국전력 등이 유망하다"고 권했다.

안수웅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의 경우 심팩, 코라오홀딩스, 무학, 코리아에프티 등 4종목을 3월 유망주로 제시했다.

안 센터장은 "심팩은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극복하고 올해 사상 최고의 경영실적을 달성할 것이고, 코리아홀딩스도 지난해 둔화됐던 매출성장이 올해 다시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두 종목은 '턴어라운드형 기업'으로 단기 주가상승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이어 "무학과 코리아에프티의 경우 올해와 내년 내내 매출과 이익이 동시에 성장할 전망이어서 중장기 보유 종목으로 유망하다"고 강조했다.

김경훈 IBK투자증권 퀀트 애널리스트는 고(高)배당주에 다시 주목했다. 올 4월부터 국민연금 주식 위탁투자에 배당주형이 새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공적 연기금을 통한 배당확대를 '2015년 경제정책방향' 과제로 추가했다"며 "국민연금 투자기업의 적정배당 유도를 위해 주주권행사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주식 위탁투자 방식에 배당주형 추가가 주요 골자"라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의 배당주 투자비중 확대가 기대되는 만큼, 배당수익률이 높은 한미반도체, GKL, 서원인텍, 리노공업, 한라비스테온공조, KCC, 에스에프에이, GS홈쇼핑 등에 3월부터 미리 투자해 놓을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