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개발·출시에 평균 7년…험난한 여정될 것" 지적도

미국 자동차 업계가 심상치 않은 눈초리로 실리콘 밸리를 바라보고 있다.

테슬라와 구글에 이어 정보통신(IT) 업계의 강자인 애플이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언론 보도에 의하면 애플은 '타이탄'으로 명명한 특수사업부를 만들었으며 여기에 배치된 수백명의 인력들이 2020년을 목표로 전기차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개발설에 대해 애플측은 함구하고 있으나 자동차용 배터리 업체인 123시스템스가 애플을 제소한 것이 간접적으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123시스템스는 애플이 공격적으로 자사 인력들을 빼내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리콘 밸리에 자리잡고 있는 테슬라는 현재 전기차 시장의 선두주자이며 온라인의 강자인 구글은 전기로 구동하는 무인자동차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산업은 미국 중서부의 철강산업 벨트에 오랜 세월에 걸쳐 뿌리를 내렸다.

디트로이트를 거점으로 삼고 있는 제너럴 모터스(GM)과 포드, 크라이슬러 등 이른바 '빅3'는 실리콘 밸리에서 다가오는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댄 플로레스 GM대변인은 "이 회사(애플)의 엄청난 능력을 감안한다면 어느 누구에게도 놀라운 것은 못된다"고 말했다.

크라이슬러의 에릭 메인스 대변인은 "보지 못한 것에 논평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포드측은 아예 논평을 회피했다.

하지만 실리콘 밸리의 중심인 팰로 앨토에 최근 연구센터를 열었다는 것은 이 회사가 자동차산업의 미래에 주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자동차산업 분석기업인 에드먼즈 닷컴의 애널리스트 빌 비즈닉은 신차를 개발, 출시하는데 통상적으로 평균 7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디트로이트의 강자들이 현재로서는 심각한 압박을 받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테슬라의 예상 외의 성공을 거두었지만 지난해 판매량은 3만5천대에 불과했다.

미국 자동차 시장의 연간 판매대수가 1천600만대라는 점에 비춰보면 테슬라는 틈새시장에 갇혀있는 셈이다.

비즈닉은 "애플이 미국 자동차 업계에 당장의 위협은 못된다"면서 물량, 즉 판매대수라는 측면에서 애플이 사실상 가까운 장래에 현재의 디트로이트과 같은 수준을 향해 접근하기 시작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켈리 블루 북의 시장 분석가인 알렉 구티에레스는 애플의 강점은 기존의 산업 구도를 파괴하는 역할에 있다고 본다면서 소비자 가전 분야에서 형성된 폭넓은 생태계가 '애플 카'에도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플은 전기차 개발에 충분한 자금을 갖고 있다.

신사업을 위해 비축한 자금이 1천800억(199조원 가량)달러에 이를 정도다.

구티에레스는 그러나 생산비용과 경쟁을 감안한다면 자동차 시장 진출에 리스크가 많다고 말했다.

현재 업계의 경쟁은 극심한데다 신차의 판매 마진은 비정상적으로 박하지만 애플은 이런 여건에 익숙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미국 자동차연구소의 브레트 스미스 기획부장은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려고 했다가 완전히 실패했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자동차 산업 진출은 "험난하고 매우 부담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테슬라가 디트로이트의 경쟁자들에 비해 훨씬 뛰어난 배터리 시스템을 갖춘 고급 전기자동차를 출시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적자 행진을 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메이저 자동차회사들 모두가 더 많고 더 나은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모델을 선보이기 위해 분주하게 노력하고 있다.

스미스는 신규 진입자들에게 높은 장벽이 있는 셈이라고 지적하면서 "애플이 메르세데스나 포드, GM, 토요타보다 나은 기술을 갖고 있는가.

나는 정말로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애플이 앞으로 자동차 산업에 보여줄 수 있는 것을 구글은 지금 선보이는 중이다.

구글은 물리적 자동차가 아니라, 자동차가 운전자의 힘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주행하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다양한 모델에 적용된 구글의 무인자동차는 이미 캘리포니아주의 도로에서 실시한 시험주행에서 이미 수십만 ㎞를 문제없이 달렸다.

에드먼즈 닷컴의 비즈닉은 애플이 자동차 산업에 뛰어든다면 그들의 운영체제가 이미 다수의 자동차 모델들에 장착된 구글의 운영체제 안드로이드의 대항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자동차연구소의 스미스 부장은 "애플은 사용자 환경을 놀라울 정도로 잘 다룬다 점을 입증했다"면서 애플로부터 나오는 자동차는 또다른 사용자 환경의 기기가 될 것이며 이것이 그들을 타사와 차별화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AFP=연합뉴스) js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