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펀드 15주 만에 순매수
프로그램 비차익 거래로 8일간 1조2000억 매수
SK하이닉스·현대모비스 등 시가총액 상위주로 자금 유입
코스피지수가 23일 올 들어 가장 높은 1968.39에 장을 마쳤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을 한꺼번에 묶음으로 사들이는 프로그램 비차익거래 순매수세가 강세장을 이끌었다. 해외 펀드들이 신흥국 주식시장에서 매수세로 돌아선 효과가 프로그램 매매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시가총액이 크면서 원화약세 수혜 업종인 전자와 자동차주의 약진을 점치고 있다.
○지갑 여는 외국인
설 연휴 기간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와 그리스 정부가 구제금융안의 4개월 연장안에 합의했다는 소식에 코스피지수는 장 초반부터 강세를 보였다. 외국인들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1279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프로그램 비차익거래를 통해 유입된 자금은 전체 외국인 순매수액의 2배가 넘는 2812억원에 달했다. 시가총액이 큰 대형주를 묶음으로 사들이는 해외 펀드들의 활약이 눈부셨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프로그램 비차익거래는 지난 6일 이후 단 하루를 빼고 꾸준히 플러스를 유지했다. 이 기간 순유입액만 1조2000억원에 육박한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주 글로벌 신흥시장 펀드로 15주 만에 4억8000만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며 “철저히 신흥국 시장을 외면했던 글로벌 ‘큰손’들이 태도를 바꾸면서 한국 시장에도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프로그램 비차익 매수세가 시장을 견인하는 분위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달러 강세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지난 연말 이후 한국을 포함한 신흥시장에서 빼낸 자금이 많은 만큼, 과거 균형점으로 되돌아가려는 움직임 역시 강하게 나타날 것이란 설명이다. 기관이 동반 매수에 나설 경우 2000선 회복이 가능하다는 낙관론도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분위기다.
○전차(電車)군단의 권토중래
전문가들은 외국인을 주축으로 한 유동성 장세의 수혜주로 전자와 자동차 업종을 꼽고 있다. 중소형주 장세가 이어지면서 주가가 억눌려 있는 데다 최근의 환율 흐름도 수출주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최근 6거래일 동안 외국인 순매수 상위종목 1위는 SK하이닉스(누적 순매수액 951억원)였다. 현대모비스(487억원), 삼성전기(288억원), 현대차(251억원) 등 다른 전차군단 대표주로도 꾸준히 자금이 들어오는 분위기다.
외국인이 지갑을 열면서 자금 지원이 이뤄진 종목들의 주가가 연일 오르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6거래일 동안 주가가 5.29% 상승했다. SK하이닉스(4.54% 상승), 현대차(3.51%) 등도 주가 흐름이 양호하다. 지난해 말 이후 30% 이상 주가가 뛴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 역시 130만원대 후반의 주가를 꾸준히 유지 중이다.
업황 면에서는 이렇다 할 호재가 없지만 매력적인 주가 수준과 환율 효과, 외국인 순매수세 등이 주가를 부양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프로그램 비차익거래는 한 번 방향을 잡으면 엇비슷한 추세가 한동안 이어지기 마련”이라며 “적어도 1주일 정도는 환율 수혜가 예상되는 전자와 자동차 업종을 외국인이 사들이는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6원90전 오른 1108원70전에 마감했다. 증권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인상이 예고된 만큼 달러당 1100원 수준의 환율이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