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대통령의 고언이 아니더라도 국회의 비능률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과잉, 졸속 입법도 문제지만 정작 시급한 법안처리가 정쟁의 담보가 되면서 계속 지연되는 게 어디 한두 번이었나. 국익은 뒷전이고 당리당략을 앞세워 입법권을 제멋대로 유린해온 게 대한민국 국회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의 지적에는 적잖은 이들이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대통령은 부동산 3법을 언급했지만 이 법들이 과연 경기의 절대적 혹은 필수적 해법이었는지부터가 의문이다. 부동산 대책이 과거처럼 집값 급등으로 이어지고 경기를 끌어올릴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전셋값이 오르고 부동산 거래가 늘어도 집값이 뛰지 않는 것만 봐도 그렇다. 법안 처리에 늑장을 부리는 국회도 문제지만 정부의 경기전략에도 문제가 없지 않았다. 집권 초기 거의 1년 이상이나 경제민주화 입법 소동을 벌이면서 경제에 치명상을 주었던 것이 사실 아닌가. 일감몰아주기 규제, 신규 순환출자 금지, 프랜차이즈 규제, 대형마트 규제, 중기적합업종, 대주주 의결권 제한 강화, 기업유보금 과세 등 하나같이 기업투자와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는 정책 일색이었다. 기업의 손발을 꽁꽁 묶어놓고 돌아서서 경기 활성화 대책을 발표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인가. 세월호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지 못한 것에는 정부 책임도 없지 않다.
경제민주화 구호가 잦아들고 경기활성화 구호가 올라간 것은 지난해 하반기 들어서였다. 따지고 보면 여야를 불문하고 정치라는 괴물이 경제를 압박하고 국수를 불어터지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야당뿐만 아니라 새누리당에서조차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지 않나. 대통령은 불어터진 국수를 걱정했지만 국민이나 기업들이 보기에는 경제활성화 대책도 불어터진 것이고 후진적인 정치야말로 국수를 불어터지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