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이 밀어올린 땅값…나주 27%·세종 15%·예천 15% 껑충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올해 전국 표준지 공시지가가 7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세종시와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개발이 잇따르면서 지방 공시지가가 수도권보다 더 많이 올랐다. 공시지가 상승률이 10% 안팎에 달한 세종 울산 등의 토지 소유자들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액이 전년보다 최고 30%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금융위기 이후 최대 폭 상승

국토교통부는 올해 1월1일을 기준으로 조사해 평가한 전국 표준지 50만필지의 공시지가가 작년에 비해 평균 4.1% 올랐다고 24일 발표했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초(9.6%)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표준지는 전국 3178만필지에 대한 개별 공시지가를 매기기 위해 정부가 전국에 고르게 선정해 놓은 표본 땅이다. 공시지가는 재산세 등 각종 세금과 부담금 부과 기준이 된다. 표준지 공시지가는 2009년 1.4% 떨어진 이후 6년 연속 상승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상승률이 3.6%로 상대적으로 낮았고 지방 광역시는 평균 5.4%, 지방 시·군은 평균 6%로 오름폭이 컸다. 주요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및 이전지역 개발 영향이라고 국토부는 분석했다. 지방 시·군 중에선 광주·전남혁신도시 공공기관 입주가 본격화된 전남 나주가 26.9%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경북 예천(땅값 상승률 15.4%), 경남 거제(11.8%) 등도 상승률이 높았다. 광역시·도 중에선 세종시(15.5%) 땅값이 가장 많이 뛰었다. 울산(9.7%) 제주(9.2%) 경북(7.4%)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세월호 사고 여파로 관광객이 감소한 인천은 2.4%로 상승률이 가장 낮았다. 경기(2.8%)와 대전(2.5%)도 전국 평균에 못 미쳤다.
공공기관이 밀어올린 땅값…나주 27%·세종 15%·예천 15% 껑충
◆세종·나주·울산, 재산세 껑충

공시지가 상승으로 토지 소유주들의 세금 부담도 늘어날 전망이다. 세종시 다정동 토지 1120㎡의 경우 올해 공시지가가 작년보다 20% 오른 6억720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 토지 소유주 보유세는 지난해 283만원에서 올해 384만원으로 35% 이상 늘어난다.

공시지가 상승률이 4.3%로 전국 평균보다 높은 서울 토지주들의 보유세도 다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공시지가가 24억9444만원으로 지난해보다 4.1% 오른 서울 강동구 강일동 토지 533㎡ 소유주는 올해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한 보유세가 2113만원으로 8% 이상 높아질 전망이다.

종부세는 상가 빌딩 등 건물이 들어선 땅(별도합산)은 공시지가 80억원 이상, 건물이 없는 나대지(종합합산)는 5억원 이상인 경우 부과된다. 빌딩이 들어선 공시지가 126억8922만원짜리 서울 강남구 논현동 토지 1040.1㎡는 올해 종부세가 990만원이다. 재산세까지 합치면 보유세는 6353만원으로 늘어난다. 최근 상권 활성화와 함께 땅값이 많이 오른 강남구 신사동(15.23%)과 이태원(10.20%), 강남(9.47%), 홍대(6.60%) 인근 빌딩 토지의 보유세 부담도 커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원종훈 국민은행 WM사업부 세무팀장은 “재산세는 누진세율이 적용돼 공시지가 상승률보다 상승 폭이 더 크다”고 말했다. 표준지 공시지가는 국토부 홈페이지(www.molit.go.kr) 또는 시·군·구 민원실에서 다음달 27일까지 열람할 수 있으며 이 기간 중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이현일/김보형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