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쇼트펀드, 수익률 '쇼크'
직장인 김민정 씨(34)는 2년 전 가입한 공모형 롱쇼트펀드 계좌를 열어 보고 크게 실망했다. 지금까지의 수익률이 2.1%에 불과해서다. 김씨는 “박스권 증시에서 위력을 발휘한다는 얘기를 듣고 롱쇼트펀드에 가입했는데 은행 예금보다도 못한 것 같다”며 “미련없이 배당주에 투자하는 혼합형 펀드로 갈아탔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꼽혀온 롱쇼트펀드가 자금 유출에 시달리고 있다. 성과 부진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어서다. 작년 롱쇼트펀드를 적극 판매했던 증권사들은 올 들어 추천 상품 목록에서 아예 지웠다.

◆수익률 줄줄이 마이너스

24일 펀드 평가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49개 롱쇼트펀드의 지난 1년간 수익률은 평균 -0.03%로 집계됐다. 특히 설정된 지 1년 이상 지난 8개 대형 펀드 중에서 6개가 은행 예금 금리(연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익률을 냈다. 연초 이후 코스피지수가 2.76% 상승했는 데도 롱쇼트펀드 수익률은 -0.01%에 그쳤다. 롱쇼트펀드는 저평가된 주식을 사고 고평가된 주식을 공매도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한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작년에만 1조원 넘는 돈이 몰렸던 상품이다.

롱쇼트펀드의 성과 부진이 계속되자 투자자들이 속속 이탈하고 있다. 올 들어 지난 23일까지 1809억원이 빠져나갔다. 작년 4월 2조5000억원에 달했던 롱쇼트펀드 설정액은 현재 1조7000억원대까지 쪼그라든 상태다.

김근수 한국투자증권 상품전략팀 부장은 “대부분 롱쇼트펀드 매니저들이 대형주를 공매도하는 대신 중소형주를 사들이는 전략을 쓰고 있다”며 “갑자기 시장 상황이 바뀌면 성과가 더 나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투자자들 “배당·인컴펀드로”

간판급 롱쇼트펀드들의 성과는 더 부진하다. 2013년 한 해 동안 13%의 수익률을 올렸던 ‘트러스톤다이나믹코리아50펀드’는 작년 -2.92%로 내려앉았다. 1조원 가까웠던 이 펀드 설정액은 현재 3980억원에 불과하다. 작년 4300억원이던 ‘마이다스거북이90펀드’ 설정액 역시 1379억원으로 감소했다. 1년 수익률이 1.9%에 그쳐서다.

김경식 KDB대우증권 상품개발실 파트장은 “국내 증시에선 공매도 시장이 크지 않기 때문에 롱쇼트 전략을 제대로 구사하기 어렵다”며 “롱쇼트펀드라 해도 인수합병(M&A)과 같은 다양한 투자 방식을 병행하는지 확인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롱쇼트펀드를 환매한 투자자 중 상당수는 좀 더 높은 투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주식형 펀드 등을 선호하고 있다는 게 금융계의 설명이다. 특히 배당주 비중이 높은 혼합형 펀드와 인컴펀드, 시장 상황에 따라 주식·채권 비중을 조절할 수 있는 자산배분형 펀드, 연 6~7% 수익이 가능한 주가연계증권(ELS)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올 들어 배당주펀드에 2127억원, 인컴펀드에 1632억원이 각각 유입됐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