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 장기화에 분양시장 활기
인기지역 경쟁률 치솟을 듯
도심-非도심 간 양극화 가능성
자료 조사보다 상담 받는 게 유리
당첨 취소 물량 선착순으로 나와
청약 떨어졌어도 포기 금물
서울 강남권과 위례신도시 등 주요 인기지역에서는 치열한 청약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현욱 현대건설 주택마케팅팀 부장, 길연진 팜파트너스 대표,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 이춘우 신한은행 PB팀장 등 부동산 전문가들로부터 당첨 확률을 높이는 방법과 바람직한 청약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최근 분양시장 분위기는.
▷길연진 대표=올 들어 분양한 단지들은 수도권과 지방 가릴 것 없이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1~2월이 전통적인 비수기임에도 청약 열기가 뜨거웠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낮아졌던 부동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최근 전반적으로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박원갑 전문위원=전세난이 장기화하면서 수요자들이 분양시장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낮은 금리를 활용해 집을 사려는 수요자가 많이 보인다. 새 아파트를 선호하는 성향이 강해지면서 신축 아파트 전셋값이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다. 전셋값이 매매가격과 큰 차이가 없어지자 신규 분양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올해도 분양시장 열기 지속될까.
▷조현욱 부장=서울과 수도권에선 앞으로 2년 정도 열기가 지속될 것으로 대부분 건설사들은 예상하고 있다. 반면 지방은 7~8년간 호황의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올해 말까지 열기가 지속될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부산·경남과 대구·경북 지역은 올해 말까지 호황이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춘우 팀장=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분양 물량이 나오면서 지역별로 시장이 양극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도심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아지면서 지역 중심지에서 떨어진 일부 단지는 분양 성적이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 민간 아파트 분양물량의 61.8%(19만3795가구)가 쏟아지는 상반기 중에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다음달부터 1순위자가 대폭 늘어난다.
▷길연진 대표=전용 85㎡ 이하 아파트에 적용되는 가점제 공급을 100% 활용해야 한다. 현장에서 봤을 때 안타까운 것은 1순위 경쟁이 치열한 지역에서 경험 많은 50대 이상 투자자와 전문 업자들이 가점제 물량을 쓸어간다는 점이다. 30~40대 실수요자들이 청약제도를 활용하지 못해 번번이 밀려나는 것이다. 이 나이대 수요자는 대부분 전세난에 밀려 집을 사려고 하는데 청약제도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부동산으로 돈 버는 시대는 지났다’고 여겨 청약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윗세대와 경쟁을 하면 프로와 아마추어의 싸움이 된다.
청약시 가점제 점수는 스스로 따져서 기재해야 하는데, 이를 제대로 산정하기 어렵다. 무주택 기간을 잘못 산정해 부적격자로 당첨이 취소되는 실수요자도 많다. 자신이 특별공급에 해당하는지도 모르고 추첨 물량에 분양신청하는 경우도 있다. 특별공급 대상은 장애인, 국가유공자, 신혼부부, 다자녀 등 다양하다. 요건을 잘 따져봐야 한다.
▷조현욱 부장=가점제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일단 모델하우스에 가서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가장 빠르고 바람직한 방법이다. 제도가 복잡한 데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요건이 다르기 때문에 건설사 직원도 매번 다시 공부한다. 일반 수요자가 책이나 자료로 공부하기 어렵다.
청약에 떨어졌다고 포기하지 않는 것이 좋다. 계약기간이 끝난 다음날 모델하우스에 가면 선착순 계약 물건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최근 강남권의 한 분양현장에선 청약 가점을 속이거나 잘못 기재해 당첨이 취소된 물량이 30%가량 나오기도 했다. 계약기간이 끝나면 이런 물건이 선착순으로 나온다. ▶청약통장 무용론도 나온다.
▷박원갑 전문위원=1순위에서 마감되는 인기 지역에서 분양을 받기 위해선 청약 경쟁에 참여해야 한다. 청약통장이 필수다. 게다가 청약통장 금리도 현재 2.8%(2년 이상 납입 시)로 시중금리에 비해 높은 편이다. 재테크 차원에서라도 보유하는 편이 좋다.
▷길연진 대표=관심 있는 지역에 재건축·재개발이 진행되거나 택지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청약통장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 수도권에선 1년이면 1순위 청약자격을 얻을 수 있다. 인기 지역 아파트 당첨을 노린다면 가족 수만큼 각각 청약통장을 만드는 것이 좋다. 투자에 능숙한 사람들은 가족을 모두 동원해 당첨 확률을 높인다. 중복 당첨이 되면 한 사람이 포기하면 된다. 청약에는 제한이 없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가 어떤 변화를 몰고 올까.
▷이춘우 팀장=서울 강남권의 재건축·재개발 사업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사업성이 다소 떨어지는 곳에선 주민들이 사업에 반대해 재건축이 지연되는 사례가 많았다. 분양가 인상으로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분쟁이 해결될 수 있다. 한강변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그런 사례다. 다만 분양가를 높일 수 있는 지역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현욱 부장=그동안 인기가 없었던 중대형 아파트에서 혁신이 이뤄질 수 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탓에 중대형 아파트 평면은 중소형 아파트를 확대한 것에 불과했다. 앞으로 융통성 있는 특화 설계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향후 차별화된 중대형 상품이 나온다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울 강남권에 투자할 만한 단지가 있나.
▷이춘우 팀장=반포동 잠원동 일대 재건축 아파트가 가장 유망하다. 현재 서울에서 가장 선호되는 지역이며 향후 전망도 밝다. 과거에는 대치동을 중심으로 이른바 ‘강남 8학군’ 지역이 인기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조기유학, 특목고 등 다양한 선택지가 생겼다. 쉬운 수능과 다양한 입학전형으로 인해 학군의 중요성이 과거에 비해 낮아졌다. 또 자녀 세대의 인구도 줄어들어 교육이 주거 선호도에 미치는 영향력도 약해지고 있다.
▷박원갑 전문위원=개포주공 재건축단지가 유망하다. 강남권에 중소형 새 아파트가 적어 수요자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한다. 대단지 아파트지만 일반분양 물량이 많지 않아서 분양이 조기에 끝날 것이다. ▶강남권 외에도 투자할 만한 곳은.
▷길연진 대표=지하철 9호선 주변 지역이 유망하다. 다만 강북 도심 뉴타운은 분양가 상한제가 풀려도 분양가를 올리기가 쉽지 않다. 강북 도심에선 남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을 때 저가 매물을 사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도심 지역에선 초기 분양 시점에는 사람이 몰리지 않는 경향이 있다. 입주가 임박해지면 오히려 수요자가 몰리고 활기를 띤다. 왕십리 뉴타운과 마포 지역도 새 아파트 입주 시기에 거래가 활발해졌다.
▷박원갑 전문위원=강북에선 분양가가 문제다. 조합이 얼마의 분양가를 책정하는지에 따라 단지별로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전셋값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인기 지역은 집값이 떨어질 위험이 낮다. 앞으로 서울 집값은 박스권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면서 등락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 때문에 청약에 나설 필요는 없지만 실수요자라면 주택 구입을 미룰 필요는 없다.
▶경기에선 공급 과잉 우려도 있다.
▷길연진 대표=서울을 중심으로 1기 신도시까지 범위로 원을 그렸을 때 안쪽에 들어오는 하남미사지구 같은 곳은 문제 없다. 서울 전셋값이 오르면 밀려나오는 수요자들이 정착하기 때문에 비교적 안정적이다. 그러나 동탄2신도시를 제외한 서울 도심에서 30㎞ 안팎에 있는 택지지구는 지하철 교통의 편리성에 따라 차별화된 성적을 거둘 전망이다. 지도를 펴놓고 아파트 가격이 3.3㎡당 1000만원을 유지하는 지역을 선으로 이어보면 지하철 부분이 튀어나온 불가사리 모양이 그려진다.
▷조현욱 부장=건설사들의 올해 분양 예정지를 살펴보면 물량이 집중된 특정 지역이 보인다. 서울과 거리가 떨어진 곳에서 대규모 물량이 쏟아지면 미분양 사태가 벌어질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