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호재들이 늘어가고 있다. 지난해 말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철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3년 유예 등을 담은 ‘부동산 3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의 수익성이 개선될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이에 힘입어 부동산 거래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거래량(국토교통부 기준)은 2006년 이후 1월 거래로는 최대 규모인 7만9000여건에 달했다. 부동산 시장에 모처럼 ‘봄 바람’이 불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재건축 이주에 봄 이사철이 맞물리면서 서울 새 아파트 전셋값이 급등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잠실동 리센츠 아파트 인근 중개업소. 한경DB
재건축 이주에 봄 이사철이 맞물리면서 서울 새 아파트 전셋값이 급등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잠실동 리센츠 아파트 인근 중개업소. 한경DB
재건축 시장 회복 기대감

최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저성장 저유가 저금리 등 이른바 ‘3저(低) 현상’이 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도시정비사업은 2008년 이후 장기간 침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출구전략에 따른 구역 해제 여부 및 매몰비용 처리 여부를 둘러싼 갈등도 여전하다. 하지만 3저 현상이 그동안 추진해 온 규제 화와 함께 재건축 시장을 회복시키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저금리 기조의 지속은 유동성 확대와 비용 부담 감소 효과를 낼 것이란 전망이다. 재건축 사업의 수익성을 향상시킬 가능성이 높다. 저유가는 원자재 가격을 떨어뜨리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또 저성장세가 지속되면서 대규모 택지개발에 따른 주택 급이 사실상 중단됐다. 기존 도심에서는 재고주택의 노후화와 신규 공급 단절이 맞물려 자연스럽게 재건축 수요가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정부의 규제 화도 힘을 보탠다. 지난해 ‘9·1 부동산대책’의 후속으로 연초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이 개정돼 재건축 연한 최장 10년 단축, 주거환경 평가요소를 강화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합리화 등이 시행될 예정이다.

거래 증가 지속될까

[Real Estate] 주택 거래는 완연한 '봄기운'…전세 시장은 길고 긴 '꽃샘추위'
지난 1월 주택 거래량이 2006년 집계 이래 1월 기준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주택거래량은 7만9320건으로 종전 1월 최대치(2007년 7만8794건)보다 많았다. 전년 동기(5만9170건) 대비 34.1% 늘어난 수치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9·1 대책 이후 주택시장 회복 기대감이 커지면서 전세 수요의 매매 전환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32.5%)과 지방(35.3%)의 거래가 골고루 늘었다. 주택유형별는 아파트 거래 증가율(36.8%)이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연립·다세대(29.3%), 단독·다가구(25.1%) 순이었다.

이달도 아파트 거래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다고 일선 중개업소들은 전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규제 완화 후 꼭 필요한 이주 수요가 늘었다는 ‘일시적 증가’라는 분석과 전세난에 지친 세입자들이 매매로 돌아섰다는 ‘구조적 증가’라는 지적이다. 이춘우 신한은행 PB팀장은 “매매 거래 증가는 다주택자의 전세 등 임대 물량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시장을 예측하기 위해선 지속적으로 거래 증가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고가행진 중인 전세난이 변수

전세의 월세 전환과 재건축 이주 등으로 전셋값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서울에서는 서초·강남·송파 등 강남 3구의 전세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이주로 인해 인근의 전세가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게 일선 중개업소들의 분석이다. 최근 서초구 반포·한양과 한신5차의 이주 영향으로 주변에 있는 반포주공1단지, 잠원동 신반포청구 등의 전셋값이 1000만~3500만원 상승했다. 주요 아파트 가격은 서울 강남 등 재건축 단지 중심으로 오르고 있다. 수도권 일반 아파트도 실수요 중심으로 손바뀜이 이뤄져 강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의 탈동조화(디커플링) 현상에 주목한다. 분양마케팅 체인 도우아이앤디의 손상준 대표는 “저금리 속에 집주인이 반전세(보증부월세)를 선호해 구조적으로 전세 물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세입자들이 매매로 돌아서거나 반전세를 수용하는 시장 연착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분양마케팅 체인 반더펠트 호한철 대표는 “강남 재건축발(發) 거래 증가가 일반 아파트로 확산되면 가격 상승이 뒤따라 부동산 시장이 선순환 구조로 돌아설 것”이라며 “이를 위해선 투자 심리와 가격 상승 기대감을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