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Estate] 대단지 입주물량 적어…4월까진 전셋값 계속 오를 듯
설 연휴가 끝나면서 본격적인 봄 이사철이 시작됐다. 전세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기존 세입자뿐 아니라 신규 전세 수요자들의 발걸음도 한층 분주해졌다는 평가다. 재건축 이주는 몰리는데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부족해 전세난은 봄 내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들어 서울 전셋값은 1.63% 뛰었다. 경기·인천은 0.84% 오르는 등 수도권 전반적으로 오름 폭이 컸다. 신도시는 0.56% 상승했다. 지난해 12월26일 이후 이달 둘째주까지 변동 폭이다.

서울만 뜯어 보면 전셋값 상승세는 더 가파르다. 재건축 이주 수요가 몰린 강동(상승률 3.36%) 서초(3.14%) 등이 큰 폭으로 올랐다. 강서(2.72%) 송파(2.47%) 강남(1.74%) 광진(1.66%) 동대문(1.35%) 등도 많이 뛰었다.

이 같은 전세가격 상승세는 매매가격 상승을 크게 웃돈다. 같은 기간 서울 매매가는 0.35% 올랐다. 전셋값 상승폭이 매매가 상승폭의 약 5배에 육박한다.

전셋값 강세는 봄 이사철이 지속되는 4월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통상 설 연휴가 지나고 봄 이사철 수요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며 “올해는 재건축 이주 수요 등이 맞물리면서 매매와 전세 모두 예년보다 상승폭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연구위원은 “서울 전세난이 수도권으로 확산되면서 수도권 전셋값도 계속해서 상승하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114가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동안 설 이후 아파트 전세가격 동향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가격 상승폭이 커진 때가 여섯 번 있었다.

2009년 1월 전셋값은 0.30% 하락했지만 설이 지난 2월에는 0.64% 상승했다. 2013년에는 설이 있던 2월에 0.35% 올랐고 3월에는 0.44%로 상승폭이 커졌다. 지난해에도 1월에 설을 지낸 뒤 2월에 0.81%의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올봄 이사철 내내 전세난이 심할 것으로 우려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2만여가구에 달하는 재건축 이주 수요와 수도권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 감소가 맞물린 영향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올해 수도권 신규 입주 물량은 3만6569가구로 지난해(5만5532가구) 대비 1만9000가구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집주인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면서 전세물량이 한층 귀해진 여파로 전셋값 상승세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세난을 피하려는 세입자들이 매매로 전환하면서 아파트 매매가, 특히 중소형 아파트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새로 입주하는 대단지 아파트를 찾아보라고 조언했다. 한꺼번에 대규모 전세 매물이 나오면 상대적으로 전셋값이 싸지는 까닭이다.

여경희 닥터아파트 연구원은 “대단지 입주 물량이 나오면 선택의 폭이 한층 넓어질 수 있다”며 “다만 2년 후 재개약 시점에선 주변 시세 수준으로 전셋값이 오르는 만큼 미리미리 계획을 세워 대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