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이 충분히 쌓이면 질적 전환이 이뤄진다는 양질전환의 법칙은 이 차를 두고 하는 말이다.

국내 대표적인 볼룸카(양산차)인 쏘나타에 고성능 터보 엔진을 얹은 '쏘나타 2.0 터보'는 현대차의 숙원이었던 질적 성장이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는 증거로 삼아도 될 법하다.

이 모델은 지난해 7월 북미시장에서 먼저 출시됐고 국내에는 이달초에야 선을 보였다.

북미시장에서 팔리는 쏘나타의 25%가 터보 모델일 정도로 해외에서 먼저 품질을 인정받고 호평을 받은 제품이라는 김상대 현대차 국내영업본부 이사의 주장이 곁들여졌다.

이 주장을 확인해보기 위한 시승 행사가 경기 양평의 더힐하우스에서 여주 블랙스톤GC까지 73㎞ 구간에서 이뤄졌다.

시승차량은 2.0 터보-GDi 익스클루시브 모델.
기존 쏘나타와 외관 디자인에서는 크게 달라진 점을 느끼지 못했으나 라디에이터 그릴과 알로이 휠 부분이 약간 달라졌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신형 터보는 듀얼 트윈 머플러를 채택했다.

뒷면 좌우 2개씩 총 4개에 이르는 머플러가 터보 모델로서 정체성을 알려주는 표시등 역할을 한다.

운전석에 앉아보니 핸들(스티어링 휠)이 약간 작다는 느낌이다.

실제 기존 YF쏘나타보다 지름이 1㎝ 작아졌고 휠 아래 부분을 깎아낸 D자 모양이다.

스티어링 휠이 작으면 핸들링과 함께 주행성이 향상된다.

포뮬러원(F1)의 경주용 머신들이 직사각형 모양으로 지름 30㎝에 불과한 조그마한 스티어링 휠을 쓰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현대차는 이 1㎝를 줄이기 위해 에어백을 비롯한 모든 장치의 배치를 새롭게 설계했다.

주행 초반에는 기존 쏘나타와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고속도로 구간에 들어서면서부터 그 차이가 선명해졌다.

가속페달을 밟으니 땅을 박차고 튀어나가는 발진력이 압도적이다.

순식간에 계기판 눈금이 100㎞를 넘어섰다.

연료 직분사 방식에 터보차저를 장착한 뉴 쎄타-i 2.0 터보 GDi엔진의 진가가 드러났다.

기존 가솔린 2.4 GDi 모델보다 최고출력은 27%, 최대토크는 43% 향상했다.

시원스런 주행이 이어졌다.

코너를 빠른 속도로 돌아도 쏠림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견고한 승차감과 조타감도 수준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았다.

속도를 130㎞로 높이기 전까지는 풍절음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일반 도로 주행중 뒤따르는 차량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급브레이크를 밟아봤다.

앞바퀴에 17인치 대구경 디스크 브레이크를 장착했다고 한 만큼 제동력을 확인해보기 위한 것이었다.

큰 흔들림 없이 안정적으로 차량은 멈춰섰다.

엄지손가락을 치켜줄 만큼 제동력은 우수했다.

고성능카를 지향하면서도 일상생활중 실제 운전하는 영역에서 성능과 연비를 구현했다는 점도 점수를 받을만 하다.

시승을 마친 후 확인한 연비는 9.1㎞/ℓ이었다.

급가속과 급제동을 반복하며 거친 주행을 했는데도 복합 공인연비가 10.8㎞/ℓ인 점에 비춰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다.

이 모델을 구매한 '얼리어댑터' 고객들로부터는 "가격대비 성능이 좋다"는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고성능 주행을 선호하는 젊은 층에 충분히 어필할만한 차량으로 평가된다.

30년간 국내외 시장에서 800만대 가까이 팔리며 양적 팽창을 거듭해온 쏘나타가 꾸준한 기본기 배양, 오랜 시행착오를 거치며 어느 순간 수준에 올라서며 질적 도약을 이뤄냈음을 실감한 기회였다.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