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5일 개봉하는 사극 ‘순수의 시대’에서 조선 군 총사령관 역을 맡은 신하균이 연기에 얽힌 이야기를 하며 웃고 있다. 연합뉴스
내달 5일 개봉하는 사극 ‘순수의 시대’에서 조선 군 총사령관 역을 맡은 신하균이 연기에 얽힌 이야기를 하며 웃고 있다. 연합뉴스
신하균(41)은 배역에 따라 철저히 변신하는 ‘연기파’다. TV드라마 ‘브레인’에서 야망에 사로잡힌 의사, ‘내 연애의 모든 것’에서 라이벌 정당 소속 의원을 사랑하는 정치인 역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영화 ‘런닝맨’에서는 살인 용의자로 몰린 순진한 택시기사, ‘빅매치’에서는 광기에 찬 납치범 역으로 선악을 넘나들었다.

다음달 5일 개봉하는 사극 ‘순수의 시대’에서는 팜파탈(요부)을 사랑하게 되면서 위기에 빠지는 장군으로 등장한다. 80억원을 투입한 이 영화는 조선 건국 초 이방원과 정도전 간 권력 암투를 치정멜로를 중심으로 재해석해 보여준다. 25일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현장에서 최선을 다해도 완성본을 보니까 아쉽습니다. 놓치고 지나친 것들이 눈에 띄니까요. 제 연기를 보면 항상 쑥스러워요. 누가 연기를 잘한다고 하면 몸둘 바를 모르겠어요.”

신하균이 해낸 배역은 정도전의 사위이자 조선 군 총사령관인 김민재. 정도전계 힘의 상징인 그가 빠지는 여인은 이방원의 간계를 대변하는 인물이다.

“김민재가 사랑과 권력 사이에서 사랑에 ‘올인’할 수 있는 이유는 스스로를 왕이나 정도전 같은 권력자의 하수인이라고 인식했기 때문이죠. 출구 없는 존재라고 느끼는 순간,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로망에 뛰어들 수 있는 거죠. 제게는 첫 사극이고, 근육질 몸매를 과시한 첫 영화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액션보다 치정멜로 부분이다. 민재와 기녀(강한나)의 뜨거운 베드신이 그것. 섬세한 남성 이미지가 강한 신하균은 예상을 뒤엎고 깜짝 놀랄 만한 근육질 몸매를 보여준다.

“저도 사실 놀랐어요. 복근이 그렇게 잘 (화면에) 나올 줄 몰랐어요. 날렵하면서도 군살 없는 몸이 만족스럽더군요. 트레이너 지시대로 3개월간 몸을 만들고 촬영하는 7개월간 유지하느라 힘들었지만요.”

그는 기구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몸으로 무게를 버티면서 하는 운동에 매진했다. 턱걸이와 팔굽혀펴기, 윗몸 일으키기에다 승마와 검술 등을 익혔다. 식이요법도 병행했다.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채소와 닭가슴살 등 단백질을 많이 먹고, 물도 하루 4L쯤 마셨다고.

“근육이 너무 커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늘리는 게 핵심이었어요. 훈련을 중단하니까 금세 몸이 예전으로 돌아오더군요.”

그는 실제 성격도 극 중 김민재 장군처럼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과묵한 편이라고 했다. 일상에서 남들과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기보다는 남들이 요구하는 대로 따르는, 수동적인 타입이라고 했다. 덕분에 아껴둔 에너지를 카메라 앞에서 분출한다고.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은 다양한 캐릭터예요. 처음으로 비중 있는 배역을 맡은 강한나 씨는 현장에서 공부하는 자세로 임했어요. 따귀를 맞는 장면에서는 세게 때려달라고 자청하더군요. 그를 둘러싸고 저와 삼각관계를 형성한 강하늘 씨(민재의 아들이자 태조의 부마 역)는 야비한 인간 역을 잘 소화했어요. 장혁 씨(이방원 역)는 진중하면서도 집중하는 타입이었죠.”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