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타옥 ‘꽃의 변모 #4’(2015년)
서타옥 ‘꽃의 변모 #4’(2015년)
꽃이 시들어 간다. 한때 세상을 화사하게 물들였던 천일홍 꽃송이들은 어느새 그 절정을 지나 소멸의 시기로 들어서고 있다. 꽃다발을 담고 있는 것은 토기다. 생김새는 투박하지만 신라시대 때 만들어진 그릇이다. 시드는 꽃과 신라 토기가 만난 이 장면은 사진가 서타옥의 ‘꽃의 변모’ 시리즈의 하나다.

꽃은 아름다움의 상징이다. 그러나 오래가지 못한다. 그런데 그런 꽃을 담고 있는 저 토기는 보통 사람들이 쓰던 평범한 물건이었다. 하지만 1000년을 살아남아 이젠 값어치가 꽤 나간다. 작가는 꽃과 토기를 통해 인생을 말하고 있다. 아무리 화려한 시절도 이내 지나가고 만다. 오히려 질그릇 같은 삶이 더 의미 있는 건 아닐까. (진화랑 3월8일까지)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