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 매물인 금호산업 인수전의 막이 올랐다. 인수의향서(LOI) 접수 마감일인 25일 신세계, 호반건설 등 6곳이 입찰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당초 예상보다 판세가 복잡해졌다.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그룹 지주사 성격의 금호산업을 되찾느냐, 아니면 새 주인이 등장할 것이냐에 관심이 쏠린다.
신세계, 겉으로는 라이벌 롯데 견제…속으로는 항공업 진출 의도?
○막판 참여한 신세계 의중은?

금호산업 인수전은 처음부터 ‘안갯속’이었다. LOI 접수 마감시간(오후 2시)이 한참 지나서야 신세계와 호반건설, 사모펀드 4곳 등 6곳이 참여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시장에선 신세계의 의중이 무엇이냐에 주목하고 있다. LOI를 낸 6곳 중 인수 시너지 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전날인 24일까지 인수전 참여 의사를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인수전 참여가) 중요하다고 생각되면 회사에서 보고가 왔을 텐데 아직 보고받은 게 없다”고 했다.

업계에선 신세계가 금호산업을 인수하면 아시아나항공과 금호터미널 등의 경영권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본입찰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유통, 면세점에 항공업까지 추가할 수 있고, 금호터미널 소유인 광주신세계백화점을 5000억원에 장기 임차하고 있는 만큼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상당하다는 점에서다.

신세계가 경쟁 상대인 롯데그룹을 의식해 ‘방어’ 차원에서 LOI를 냈다는 분석도 있다. 롯데가 본입찰에 참여해 금호산업을 인수하면 광주신세계백화점 부지를 롯데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신세계 관계자도 “(LOI 제출은) 롯데를 의식해 낸 것으로 안다”며 “단독으로 본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은 극히 적다는 게 내부 기류”라고 귀띔했다.

○다른 대기업 ‘우회 참여’ 가능성도

신세계 외에 나머지 참여자는 호반건설과 금호고속 대주주인 IBK투자증권-케이스톤파트너스 사모펀드(이하 IBK), MBK, IMM PE, 자베즈 등 국내 사모펀드 4곳이다.

이 가운데 호반건설은 금호산업 지분 4.95%를 확보하는 등 인수 의사를 강하게 드러내왔다. 시장에선 호반건설이 본입찰까지 갈지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단독 입찰에 나서기엔 자금력이 충분치 않은 데다 작년 말 금호산업 지분 확보 이후 계속 지분을 팔아왔다는 점에서다.

IBK는 금호고속 매각 작업을 용이하게 수행하기 위해 LOI를 낸 것으로 보인다. IBK는 2012년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금호고속 지분 100%를 인수한 뒤 경영권 매각 과정에서 금호아시아나와 갈등을 빚고 있다. MBK, IMM PE, 자베즈 등 나머지 사모펀드가 단독 입찰에 나서거나 대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번에 LOI를 내지 않은 CJ 롯데 삼성 등이 이들 사모펀드와 손잡고 우회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박삼구 회장의 자금조달 전략은?

산업은행과 매각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는 다음달 초 입찰적격자를 가려낸 뒤 4월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시장의 관심은 금호산업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진 박삼구 회장이 어떻게 자금을 조달할지에 쏠린다. 금호산업 인수대금이 1조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박 회장은 재무적 투자자 등 우군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까지는 박 회장의 우군으로 사돈지간인 대상그룹이 거론된다. 이번에 LOI를 제출한 신세계나 일부 사모펀드가 박삼구 회장 측의 ‘백기사’ 역할을 맡을 것이란 얘기도 있다. 특히 신세계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광주신세계백화점 임대차 등으로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본입찰 대신 백기사로 나설 것이란 관측도 많다.

하지만 변수가 있다. 채권단이 추후 나올 수 있는 공정성 시비를 막기 위해 실사에 참여하는 기업들에 대해 박 회장과 컨소시엄을 구성하지 않는다는 확약을 받을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신세계 등이 실사에 참여하게 되면 박 회장의 백기사로 나설 가능성은 사라지게 된다.

이태명/하수정/유승호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