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이 15년 만에 '주가 300만원 시대'를 열면서 '황제주' 기업의 액면분할에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정부의 배당촉진 정책과 맞물려 고가 주식의 액면분할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지만 액면분할의 주가 부양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전날 1.28% 내린 293만5천원에 장을 마쳤다.

아모레퍼시픽은 전날 장중 한때 304만원까지 올랐지만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진 탓인지 하락으로 마감했다.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지난 24일에도 장중에 300만원까지 올랐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주가(우선주 제외)가 300만원선을 돌파한 것은 2000년 4월 SK텔레콤이 장중 한때 310만원을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주가가 300만원대로 덩치가 불어나자 시장에서는 액면분할 가능성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액면분할이란 주식의 액면가액을 일정한 비율로 나눠 주식 수를 늘리는 것이다.

액면분할 후 시가총액은 같지만 주식 수가 증가하면서 1주당 가격이 낮아져 거래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

액면분할은 주가를 들썩이게 하는 재료다.

실제로 한국특수형강은 액면분할을 한다는 소식에 전날 9.46% 급등했다.

반면 영풍제지는 액면분할 후 첫 거래일인 전날 5.70% 하락했다.

한국거래소는 액면분할의 장점을 내세워 고가 우량주 기업들에 끊임없이 액면분할을 요구하고 있다.

거래소는 액면분할 후 유통 주식수가 늘고 주가도 낮아져 투자자의 접근성이 좋아지면 기업의 시가총액도 늘어날 것이라는 논리를 편다.

지난해 10월에 이어 지난달 20일에도 거래소는 주가가 100만원을 넘는 기업 관계자들을 불러 액면분할을 촉구했다.

기업들은 '검토해보겠다'는 수준의 답변을 내놓을 뿐 실제로 행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고 있다.

액면분할로 소액주주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 달갑지 않고 주가가 비쌀수록 기업가치가 높을 것이라는 통념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액면분할 가능성이 있는 종목으로는 아모레퍼시픽을 비롯해 롯데제과(185만2천원원·전날 종가), 롯데칠성(181만6천원), 삼성전자(137만9천원원), 영풍(136만8천원), 아모레G(132만9천원원), 태광산업(115만4천원), 오리온(98만원) 등이 거론된다.

다만 액면분할의 주가 부양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있어 눈길을 끈다.

SK증권에 따르면 미국 우량주 56개 가운데 액면 분할 1년 후 주가가 다우존스지수 수익률을 웃돈 종목은 25개(44.5%)로 나타났다.

절반이 넘는 나머지 31개 종목(55.4%)은 다우존스지수 수익률보다 못했다.

업종별로 보면 통신업종을 뺀 나머지 업종의 성과는 같은 시기 다우존스지수보다 못했다.

김동원 SK증권 연구원은 "미국 우량주의 사례에서 보듯 액면 분할의 주가 부양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액면 분할이 기업 가치에 근본적인 영향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