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스마트폰용 초고속 128 기가바이트 UFS.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스마트폰용 초고속 128 기가바이트 UFS.
[ 김민성 기자 ] 전세계 메모리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가 다양한 '세계 최초' 모바일 메모리 부품 양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초고속 UFS(Universal Flash Storage) 및 이팝(ePOP) 등 '초고용량·초고속·초절전·초슬림' 등 4가지 장점을 가진 스마트폰 및 웨어러블(입는) 등 미래형 모바일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핵심 메모리 반도체 신기술을 숨가쁘게 선보이고 있다.

다음달 2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 2015에서는 자체 개발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AP) 엑시노스7420의 기술력도 뽑낸다.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 S6 두뇌를 맞게 될 핵심 부품으로 만년 적자를 겪어온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기대주로 평가받는다.
갤럭시S6에 탑재할 엑시노스 7420 AP 시리즈인 7옥타 제품.
갤럭시S6에 탑재할 엑시노스 7420 AP 시리즈인 7옥타 제품.
스마트폰 AP는 그동안 퀄컴, 인텔 등 유수 글로벌 제조사가 독식한 시장이다. 발열 및 처리 속도·안정성, 생산 수율 등에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분야라 후발 반도체 업계가 쉽게 뛰어들 수 없었다.

삼성전자가 오랜 파트너인 퀄컴의 스냅드래곤 810 AP를 갤럭시 S6에 쓰지 않고, 자사 AP를 초도 물량부터 탑재하는 것은 그만큼 AP 개발 능력이 진일보했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스마트폰 완제품 제조 분야에 쌓아온 기술력을 전용 메모리 개발 분야로 넓혀 스마트폰 수익성을 보완하고, 월등히 앞서 있는 반도체 메모리 기술력은 더 강화하려는 포석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수요는 줄고, 중국 인도 등을 중심으로 저가형 스마트폰 공급만 늘면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전체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 갤럭시 시리즈로 대표되는 완제품 시장이 산업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모바일 디바이스의 전성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빨간 등'이 켜진 셈이다.

삼성전자는 이에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완제품 판매보다 기술·생산력 우위에 있는 부품 부문 수익부터 강화한 뒤 자사 스마트폰 및 차세대 웨어러블(입는) 성능까지 동시에 끌어올려 판매를 늘리려는 쌍끌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두께는 더 얇지만, 내부 용량이 크고 처리 속도가 빠른 미래형 스마트폰을 생산해야하는 외부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에도 판매를 늘려 수익성을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웨어러블 기기용 '이팝(ePoP)'에 이어 스마트폰용 '이팝(ePoP)'을 본격 양산한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웨어러블 기기용 '이팝(ePoP)'에 이어 스마트폰용 '이팝(ePoP)'을 본격 양산한다.
지난 4일 스마트폰 전용 이팝(ePoP) 세계 최초 양산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26일 차세대 스마트폰용 업계 최대 용량의 128기가바이트(GB) UFS' 메모리 본격 양산에도 돌입했다고 밝혔다. 스마트폰 UFS 양산 역시 세계 최초.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도 초고속 UFS(Universal Flash Storage) 메모리 시대를 여는 셈이다.
스마트폰에서 초고해상도(UHD) 콘텐츠를 보면서 다른 여러 작업을 동시에 하더라도(멀티태스킹) 처리가 늦어지는 현상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팝은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 전용으로 양산하고 있는 고성능·대용량 원 메모리. 크기가 작은 웨어러블 기기에도 맞게 D램과 낸드플래시, 컨트롤러를 하나로 묶어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위에 바로 쌓을 수 있는 제품이다.

UFS 역시 이팝처럼 모바일프로세서 위에 직접 쌓아 실장 면적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는 메모리다. 고용량·고속·절전·슬림 등 4가지 장점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UFS는 국제 반도체 표준화 기구 '제덱(JEDEC)'의 최신 내장 메모리 규격인 'UFS 2.0' 인터페이스를 적용한 제품으로 시스템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임의읽기 속도가 외장형 고속메모리 카드보다 12배 이상 빠르다.

특히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의 장점으로 꼽히는 속도 가속 기능 '커맨드 큐(Command Queue)'를 적용했다. 커맨드 큐는 내장 메모리카드의 성능 극대화를 위해 여러 입출력 데이터를 한번에 처리하는 기술. 기존 고성능 내장메모리(eMMC 5.0)보다 읽기 속도가 2.7배 빠르면서도, 소비전력은 50% 줄였다. 임의 쓰기 속도는 외장형 메모리 카드보다 28배 빠른 1만4000 IOPS(초당 입·출력 처리량)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7월 세계 최초로 출시한 V낸드 기술 적용 SSD 제품.
삼성전자가 지난해 7월 세계 최초로 출시한 V낸드 기술 적용 SSD 제품.
신규 UFS 라인업 용량은 128·64·32GB. 기존 eMMC 라인업(64·32·16기가바이트) 대비 2배 늘었다. 마이크로SD 등 외장 메모리가 필요없을만큼 내부 저장공간이 크다.

삼성전자는 '고성능· 고용량' 메모리 카드 개발로 글로벌 모바일 시장 내 위상을 강화한다. 백지호 메모리 사업부 마케팅팀장 전무는 "업계 최고 용량의 초고속 UFS 양산으로 글로벌 소비자가 더 스마트한 모바일 라이프를 즐기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고용량 메모리카드 공급 비중을 크게 높여 프리미엄 시장 성장세를 넓히겠다"고 밝혔다.

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mean_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