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어제 재판관 7 대 2의 의견으로 간통죄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다. 1953년 형법이 만들어진 이후 62년간 존속해온 형법상 간통죄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간통죄는 혼인제도를 유지하고 여성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국가가 개인의 사생활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헌재가 간통죄에 위헌결정을 내린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성인들 간에 일어나는 극히 사적인 개인행동에 국가가 마치 자상한 부모라도 되는 듯 개입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국가권력의 횡포요 남용에 다름 아니다.

간통죄는 사라지게 됐지만 간통죄처럼 국가가 필요 이상으로 사적 영역에 개입하거나 윤리를 강제하는 소위 사법의 공법화 현상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헌재의 이번 결정과 역행하는 법 인식의 대혼란이 초래되고 있다는 얘기다.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사적 자치를 침해하는 온갖 법령과 규제가 그렇고 업무상 배임죄도 마찬가지다. 민사상 손해배상으로 얼마든지 다툴 수 있는 민간 자치 영역에 국가가 공권력을 동원해 시시콜콜 간섭하고 형사처벌을 통해 엄벌하려 드는 것이다. 10여개 경제민주화 관련 법률의 거의 전부가 이런 과잉처벌이며 사적 영역을 공법으로 처벌하는 국가주의적 법률들이다. 윤리 도덕과 국가의 징벌권을 혼동하는 법률의 타락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

벌금 이상의 형벌을 1회 이상 받은 전과자가 1100만명(2010년)으로 15세 이상 인구의 26.5%나 되는 것도 사적 영역이나 단순한 행정규제 위반을 범죄화한 과잉입법, 과잉규제의 결과다. 실제 전과자의 70%가 일반형법이 아닌 행정규제 위반이라는 보고가 문제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사법의 공법화 결과 온 국민이 전과자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간통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일이다. 하지만 비난받는 것과 국가가 형벌로 처벌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국가가 나서서 윤리의 철퇴를 휘두르는 것은 전근대적 법의식이다. 간통을 결혼 계약의 파기로 해석하더라도 위자료나 손해배상 청구 등 민사적 구제면 충분하다. 사적 영역이 살아나야 공적 영역도 그 경계가 분명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