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그룬왈드 S&P 수석이코노미스트 "한국, 금리 제때 안내리면 日 장기불황 따라갈 수도"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2년째 한국은행의 목표치(2.5~3.5%)를 한참 밑도는 1%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제때 통화완화 정책을 사용하지 않으면 장기 불황에 허덕이는 일본의 뒤를 따를 수도 있습니다.”

폴 그룬왈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수석이코노미스트(사진)는 2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기준금리를 지금의 연 2%에서 0%대까지 내릴 여력이 충분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2015년 아시아태평양 거시경제 전망’ 세미나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룬왈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지만 낮은 물가상승률 때문에 지난달 금리를 추가로 0.25%포인트 내린 호주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가 가계 부채를 증폭시킬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기준금리를 낮추면서 대출 규제를 깐깐하게 하면 가계 부채가 늘어나는 걸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며 “싱가포르와 중국이 이미 이런 정책을 도입했으며, 호주도 기준금리는 낮추되 가계 대출 조건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 등 각국의 통화완화 정책에는 “통화전쟁이라는 말은 지금 상황에 적절하지 않다”며 “각국이 독립성을 갖고 자국 상황에 따라 통화정책을 수립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한국 경제에 별 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내놨다. 그는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는 것은 미국 경제가 그만큼 탄탄해졌다는 의미”라며 “세계 최대 경제국의 경기가 좋아진 것은 아시아뿐 아니라 한국에도 긍정적인 신호”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이 이미 미국의 금리 인상 계획을 인지하고 있어 한국에서 급격한 자본 유출 등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특히 “일본의 가장 큰 실수는 물가상승률이 오랜 기간 지나치게 낮은 상태를 유지하는데도 통화정책을 적절하게 시행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결국 장기 불황에 빠진 일본을 봐도 알 수 있듯이 기대 인플레이션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 경제가 직면한 큰 위험 요인 중 하나는 중국의 성장 둔화”라며 “S&P의 시나리오 테스트 결과 한국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중국의 성장 둔화에 큰 영향을 받는 국가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