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수준을 올리려면 세금을 많이 내야 한다는 ‘조세·복지 연계론’에서 복지 증진의 길은 보편적 복지라는 믿음이 생겼다. 그러나 이런 믿음은 틀렸다. 세금이 높으면 복지도 떨어진다는 ‘복지의 역설’ 때문이다. 역사적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

북유럽 국가는 의료서비스 재원의 85% 이상을 조세수입에 의존하는데 미국은 45% 정도다. 그렇다고 미국의 1인당 의료서비스가 유럽보다 낮다고 말할 수 없다. 즉,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의료서비스 지출(개인지출과 공공지출의 합)은 14%로, 유럽 국가 평균(9%)보다 높다. 영국(79.9%)은 독일(75.8%)보다도 조세수입에 더 많이 의존하지만 의료서비스 지출은 GDP 대비 8% 미만으로 독일(11%)보다 낮다.

유럽 모델의 대표격인 스웨덴 국민이 1인당 누리는 의료서비스 가치는 연 2200달러인 데 비해 미국은 1인당 4800달러로 두 배 이상이다. 미국인은 소비의 3분의 2 이상을 교육, 의료서비스, 돌봄서비스, 기타 복지서비스에 할애한다. 스웨덴은 겨우 3분의 1이다. 미국인이 복지 소비를 얼마나 중시하는가를 보여주는 수치다. 결론적으로 유럽인은 복지 재원으로 세금을 많이 내지만 세금을 적게 내는 미국인보다 복지서비스를 적게 누린다. 따라서 세금을 많이 내면 개인이 누리는 복지도 그만큼 많을 것이라는 주장은 절대 옳지 않다고 할수 있다.

흥미로운 건 스위스의 사례다. 스위스는 조세 부담률이 비교적 낮으면서도 가난한 사람의 생활 수준이 높은 나라다. 선택적 복지의 정신이 상대적으로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까닭이다. 스웨덴의 생활 수준이 미국의 가장 가난한 6번째 주에 해당한다는, 그래서 선택적 복지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미국 케이토연구소의 보고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1970년 경제적 위상이 세계 3위였던 덴마크는 정부의 복지 확대가 본격화한 2003년에는 17위로 추락했다. 같은 기간 조세 부담을 줄인 아일랜드의 경제적 위상이 22위에서 4위로 급상승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