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대도서관TV’를 운영하는 1인 창작자 나동현 씨. /제공 = 블로터
유튜브 ‘대도서관TV’를 운영하는 1인 창작자 나동현 씨. /제공 = 블로터
유튜브의 ‘대도서관TV’에는 2200여개의 다양한 영상이 올려져 있다. 신작 중 하나는 영화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의 주요 장면과 함께 극중 스파이가 사용하는 방탄 우산, 나이프(칼) 구두, 특수반지 등을 사회자가 설명한 것.

대도서관은 원래 온라인 게임을 재미있게 해설해 인기를 얻은 뒤 요리, 강아지 등으로 소재를 다양하게 확대했다. 구독자는 90만여명, 조회 수 2억건을 돌파했다. 대도서관을 운영하는 1인 창작자 나동현 씨(37)는 대기업 계열 인터넷 회사에서 일하다 독립해 유튜브 광고로만 월평균 2000만원 넘게 벌고 있다. 대도서관은 아프리카TV 등 다른 동영상 사이트에서도 볼 수 있다.

고소득 1인 창작자 시대가 활짝 열렸다. 유튜브, 아프리카TV, 판도라TV 등 주요 동영상 사이트를 무대로 1인 창작자들이 독특한 콘텐츠를 제작해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것. 주요 기업이 1인 창작자를 지원한 뒤 소득이 생기면 나누는 멀티 채널 네트워크(MCN)사업도 뜨고 있다.

1인 창작자들이 생산하는 콘텐츠는 드라마 등 기존 장르에 속하지 않는 게 대부분이다. 박수혜 씨가 운영하는 ‘씬님’은 뷰티를 주제로 한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주인공 엘사와 할리우드 영화 ‘말레피센트’의 마녀 메이크업 등으로 여성들에게 인기를 얻으며 유튜브에서 구독자 26만여명을 확보했다.

‘쿠쿠크루’는 유머 콘텐츠다. 잠자는 친구에게 전기충격기를 댄 뒤 움찔하는 반응을 보여주거나 로마시대 장군 복장으로 나이트클럽에 들어가려다 저지하려는 문지기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한다. 28만여명의 구독자를 모았다.

CJ E&M은 이 같은 1인 창작자들을 위해 지난해 11월 서울 서교동에 281㎡ 규모의 전용 스튜디오를 열었다. HD(고화질)급 카메라, 편집과 녹음시설, 전문 메이크업 세트 등이 비치돼 있어 양질의 동영상을 쉽게 제작할 수 있다. CJ 측은 이들과 제휴해 제작과 마케팅을 지원하는 한편 저작권도 관리해주고 수익을 나눈다. CJ와 제휴한 1인 창작자 그룹 상위 30명의 월평균 수입은 지난 1월 말 현재 55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CJ E&M의 MCN사업 담당자는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1인 제작자의 비디오를 시청하는 패턴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TV도 지난해 6월부터 40명에 달하는 1인 창작자와의 제휴사업을 본격화했다. 플랫폼 수수료를 내려주고, 방송 스튜디오와 차량을 지원한다. 아프리카TV와 제휴한 김이브 씨는 신변잡기를 재미있게 들려줘 연간 3억원 안팎의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미디어들도 앞다퉈 동영상 사이트 인수에 나서고 있다. 짧은 영상을 선호하는 어린이와 10대 소비자를 붙들기 위해서다. 월트디즈니컴퍼니는 지난해 3월 5만명 이상의 1인 제작자를 파트너로 보유한 ‘메이커스튜디오’를 5억달러에 인수했다. 워너브러더스도 지난해 4월 머시니마를 1800만달러에 인수했고, 드림웍스는 2013년 어섬니스TV를 3300만달러에 샀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