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간 1조4천억 거둬들인 김병주 MBK 회장 "글로벌 저금리…펀드 투자금 회수 적기"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가 최근 집중적인 자산 매각을 통해 총 1조4000억여원을 회수했다. 1·2호 투자펀드의 원금을 대부분 회수함에 따라 보유하고 있는 씨앤앰과 HK저축은행 매각에 여유를 갖게 됐다는 분석이다.

MBK는 1일 대만 케이블업체 차이나네트워크시스템즈(CNS)와 일본 커피체인점 고메다의 자본구조재조정(리캡)을 통해 1억5570만달러 및 7520만달러를 각각 회수했다고 밝혔다.

리캡은 금융권 차입(대출)을 일으켜 주주들에게 배당을 하는 자금 회수 기법이다. 투자한 기업의 가치가 오르거나 회사 매각이 임박했을 때 주로 활용된다. MBK가 지난해 7월 코웨이 리캡을 통해 7000만달러를 회수하면서 국내에서도 이 기법이 확산되는 추세다.

6개월간 1조4천억 거둬들인 김병주 MBK 회장 "글로벌 저금리…펀드 투자금 회수 적기"
김병주 MBK 회장(사진)은 “글로벌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지금이 펀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최적기”라며 작년부터 보유자산을 적극적으로 매각했다.

MBK는 지난해 10월 국내 최대 포장재기업인 테크팩솔루션을 동원그룹에 매각한 데 이어 일본 회계·세무 소프트웨어업체 야요이, 중국 수처리업체 GSEI, 중국 생명보험사 뉴차이나라이프보험 등의 보유지분을 잇달아 팔아 지난 6개월간 13억600만달러(약 1조4368억원)를 확보했다.

MBK의 잇따른 투자금 회수는 국내에서 진행 중인 씨앤앰과 HK저축은행 매각 과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펀드 원금을 상당 부분 회수한 만큼 여유를 갖고 매각을 추진할 수 있어서다.

MBK는 1·2호 사모펀드를 통해 투자한 21개 기업 중 13건(부분 회수 포함)에서 이미 30억달러를 확보해 투자 원금(30억6000만달러)을 대부분 회수했다. 씨앤앰과 HK저축은행뿐 아니라 코웨이, 유니버설스튜디오재팬 등 다른 잔여 자산을 매각해 상당한 추가 수익을 펀드 투자자(LP)에게 돌려줄 수 있게 됐다. 다만 1호 펀드의 만기가 내년 6월(2년 연장 가능)로 임박했다는 점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MBK는 투자금에 연연하지 않고 씨앤앰 매각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며 “대기업들이 인수합병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어 씨앤앰 인수전이 당초 예상과 달리 흥행에 성공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