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단위 자금을 보유한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1월 말 기준 1조원 이상의 자금을 가진 PEF 운용사는 15곳으로 3년 사이에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웬만한 중견기업 한 곳은 통째로 인수할 수 있는 실탄을 지닌 셈이다.

기존 대형 PEF들이 주로 KDB산업은행,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금융사의 한 사업부 체제였던 데 비해 최근 부상하는 곳들은 IMM, 스틱인베스트먼트, 한앤컴퍼니, EQ파트너스, 스카이레이크,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 등 이른바 ‘독립계 PEF’다. 소수 정예형 인원 구성으로 발 빠르게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며 인수합병(M&A) 시장을 달구고 있다.
[마켓인사이트] '1조클럽' 사모펀드 15개…3년새 2배 이상 증가
◆독립계 ‘약진’, 금융계 ‘부진’

한국경제신문 마켓인사이트가 지난 1월 말 기준 PEF 운용사 상위 20곳(결성액 기준)을 집계한 결과, 펀드 결성액이 1조원을 넘어선 곳은 15개사였다. 2012, 2013년 같은 시기엔 각각 6곳, 10곳이었다.

올해 새로 ‘1조원 클럽’에 가입한 곳은 스카이레이크, 한앤컴퍼니 등 두 곳이다. 당분간 풍부한 시중 유동성이 투자시장으로 몰리면서 PEF의 화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1년 만에 PEF 간 순위 변동도 극심했다. 각각 독립계와 금융계 PEF의 양대 산맥인 MBK파트너스(6조3434억원)와 KDB산업은행(3조7760억원)이 전년과 동일하게 1, 2위 자리를 수성했지만 그 밑으로는 순위 바뀜이 뚜렷했다.

한앤컴퍼니(2조1473억원)는 2011년 1월 첫 번째 펀드 등록 이후 4년 만에 ‘빅5’ 반열에 들었다. 2013년 말 15위에서 올해 1월 일약 5위로 뛰어올랐다. 작년 말 1조3375억원 규모의 두 번째 펀드를 결성한 덕분이다.

IMM의 약진도 주목할 만하다. IMM PE와 IMM인베스트먼트(벤처캐피털) 등 두 회사의 지난해 누적 PEF 결성액이 2조1970억원에 달했다. 2013년 6위에서 세 계단 오른 3위에 자리잡았다. 송인준 대표가 이끄는 IMM PE가 올해 국민연금 등으로부터 자금을 받아 1조원 규모의 3호 펀드를 준비 중이고, 한앤컴퍼니도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용 펀드를 등록할 예정인 것을 감안하면 두 업체 간 치열한 3위 다툼이 예상된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작년에만 7210억원을 모아 13위에서 8위로 도약했다. 4억4400만달러 규모의 역외펀드가 국내에 등록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6위 수준이다.

◆‘전공’ 뚜렷한 운용사들 주목

신예들의 활약도 눈부셨다. 20위권 밖이던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가 지난해 1900억원의 신규 펀드를 조성해 16위(9670억원)에 올랐다.

EQ파트너스는 11위로 전년과 순위 변동은 없었지만 수출입은행으로부터 받은 돈으로 인프라 펀드를 조성 중이어서 순위 상승이 예상된다. 사회간접자본(SOC), 에너지 분야 투자 전문 운용사로 입지를 굳혔다는 평가다. 정보기술(IT) 부문 투자에 특화된 스카이레이크도 2013년 14위에서 지난해 두 계단 상승했다.

독립계 PEF들이 약진하는 것과 달리 은행, 증권사에 속한 PEF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산업은행PE는 정책금융공사와 합치면서 활동에 더욱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금융사 계열 PEF 중에서는 KTB PE가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9위에서 10위로 한 계단 내려왔지만 작년 동부익스프레스를 인수하고, LG실트론 투자 실패와 관련해 채무 불이행 사태를 막아 출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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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