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라인 시대 옛말…삼성전자, 요즘 대세는 전자공학과
“재무라인은 옛날 얘기, 요즘 대세는 전자공학과 라인.”

최근 삼성 직원들이 사석에서 자주 하는 얘기다. 2010년 이전에는 재무부서 출신들이 중용됐다면, 요즘은 전자공학과 출신이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의미에서다.

지난해 말 사장단 인사 때도 이 같은 흐름이 나타났다. 사장으로 승진한 삼성전자의 김현석 사장(VD사업부장)과 전영현 사장(메모리사업부장)은 모두 한양대 전자공학과 출신이다. 삼성전기 사령탑을 맡은 이윤태 사장도 서울대 전기공학과 출신으로 ‘범(汎) 전자공학라인’으로 꼽힌다는 게 삼성 사람들의 얘기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사업부장 이상급 16명 중에서 11명이 ‘전자공학라인’이다. DS부문에선 전영현 사장 외에도 권오현 부회장(DS부문장)과 김기남 사장(반도체총괄)이 서울대에서 각각 전기공학과 전자공학을 전공했다.

CE부문에선 조수인 사장(의료기기사업부장)과 김기호 부사장(프린터사업부장)이 각각 서울대와 한양대에서 전자공학을 공부했다. IM부문도 신종균 사장(IM부문장·광운대), 김영기 사장(네트워크사업부장·서울대) 등 사장급 2명이 모두 전자공학라인이다. 전사조직인 글로벌 제조센터의 김종호 사장과 글로벌마케팅전략실의 홍원표 사장도 숭실대와 서울대에서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현업 사업부장 중에서 전자공학라인이 아닌 사람은 윤부근 사장(CE부문장·한양대 통신공학), 오경석 부사장(LED사업부장·서울대 물리교육학) 등 둘뿐이다. 나머지 3명은 경영지원(이상훈 사장), 법무(김상균 사장), 홍보(이인용 사장) 등 지원조직 사장들이다. 이 밖에도 조남성 삼성SDI 사장(성균관대), 전동수 삼성SDS 사장(경북대)이 전자공학과 출신이다.

이는 같은 전자회사인 LG전자와도 확실히 다른 모습이다. LG전자의 사업부문을 이끌고 있는 조준호 사장, 조성진 사장, 이우종 사장, 권봉석 부사장 중에선 전자나 전기공학과를 나온 사람이 없다.

삼성 내에선 전자공학라인의 부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과거 재무라인은 오너가문을 가까이서 보좌하며 승진 티켓을 거머쥔 느낌이 강했지만, 전자공학라인은 세계 1등을 일궈낸 실력파들로 꼽히기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전자공학과 출신 사장들은 기술적인 자부심이 강해 실력이 없으면 같은 과 후배라도 내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