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에 대한 스포츠계의 관심이 크다. 경기분석 차원을 넘어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한 스포츠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이며 부가가치 창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달 27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스포츠 판을 바꿀 빅데이터의 시대가 온다’를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를 열었다.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과 마크 네이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교수, 프랭크 폰스 캐나다 라발대 교수, 박대성 페이스북 이사, 박영옥 한국스포츠개발원 실장이 참석했다. 사회는 권영설 한경 논설위원이 맡았다.

▷사회=빅데이터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스포츠 분야도 예외는 아닌데.

▷네이글 교수=미 프로농구(NBA)나 미 프로야구(MLB) 구단들은 이미 빅데이터를 활용해 전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예를 들면 농구에서는 3점 슈터를 어디에 배치할지, 야구에서는 어떤 선수를 유격수로 써야 하는지 등을 결정하는 중요한 근거로 활용하고 있다. 빅데이터는 과거 5~10년 주기로 업데이트되던 전술적 이슈를 1~2년으로 단축하는 데도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폰스 교수=구단의 수익구조 개선에도 빅데이터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적인 프로 구단들은 선수의 운동능력과 심리적 정보 등이 담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이용해 ‘꼭 필요한 선수’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한다. 선수들의 연봉은 스포츠 기업의 가장 큰 지출 요인이어서 효율적인 선수 발굴과 영입은 기업 운영의 성패를 좌우한다.

▷사회=글로벌 스포츠 기업의 성공 사례가 많을 것 같다.

▷폰스 교수=나이키는 2007년 10년여간 영업과정에서 확보한 약 700만명의 활동 데이터를 분석해 조깅하는 사람들은 음악과 게임을 좋아하고 스마트 기기와 더욱 친숙해질 것임을 예측했다. 그래서 애플과 손잡고 내놓은 융합상품 ‘나이키 플러스(NIKE+)’는 출시 1년 만에 나이키 러닝화 연매출을 30% 이상 끌어올렸다.

▷네이글 교수=최근 미 MLB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로 스카우트된 강정호 스토리의 이면에도 빅데이터의 위력이 숨어 있다. 피츠버그는 지난해 리그 전체 30개 구단 가운데 연봉 총액 27위에 랭크된 팀인데 미국리그 경험이 전무한 강정호에게 1600만달러라는 거액을 투자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성공 가능성을 확신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사회=빅데이터는 선수보다 관객, 즉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 더 유용할 것 같다.

▷박 이사=지난해 브라질월드컵 기간에 2억2000여만명이 페이스북의 축구 관련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다. 관련 댓글만 10억건을 넘었다. 스포츠나 레저, 익스트림스포츠 등을 즐기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참여자의 경우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이들의 성향과 패턴을 예측한 빅데이터는 스포츠 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김 차관=빅데이터에서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과거보다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 빅데이터는 통계를 분석해 정보를 얻는 것이 핵심이다. 1980~90년대에도 이 같은 시도는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활용도를 넓히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빅데이터는 산업의 전체 파이를 키울 수 있다. 특히 스포츠 마케팅 분야에서는 어떤 데이터를 어떤 식으로 분석할 것인지 판단해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 실장=수용자든 공급자든 국내 여건은 갈 길이 먼 상황이다. 빅데이터의 핵심은 방대한 자료를 빠르고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는 기술력이다. 빅데이터는 서비스는 물론 제조와 유통 등 다양한 스포츠 기업들이 소비자 행동을 예측해 상품의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스포츠가 중요한 라이프스타일로 여겨지는 최근의 경향과 스마트폰이나 각종 개인용 기기가 급속하게 활성화되고 있는 시장 흐름으로 볼 때 빅데이터 처리와 관련된 기술기업 육성이 시급하다.

▷사회=스포츠 분야의 빅데이터 활용도를 높이려면 뭘 해야 하나.

▷폰스 교수=지나친 개인 정보보호 정책은 빅데이터 분석으로 얻은 각종 정보의 가치와 활용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기업들이 스포츠산업과 관련된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같은 부가상품 개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

▷김 차관=스포츠 빅데이터는 기업들의 지식원천 확보 및 기술생태계 조성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스포츠 활동지수(PFI) 개발을 중심으로 향후 2~3년 안에 스포츠 참여자의 신체활동 이력과 체력 수준, 건강기록 정보 등의 공공 데이터를 민간에 공개해 활용도를 높이는 한편 기술기업 창업을 적극 유도할 수 있는 방안도 곧 마련할 계획이다. 빅데이터와의 결합으로 스포츠산업은 비약적 발전을 이룰 것이다.

정리=유정우/이선우 한경닷컴 기자 see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