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돌아오는 70대 노병들
“노년이 되면 일을 못한다고? 도대체 무슨 일을 말하는가? 젊은이들이 갑판을 뛰어다니고 돛을 올리고 할 때, 노인은 키를 잡고 조용히 선미에 앉아 있지. 큰일은 육체의 힘으로 하는 게 아니라 깊은 사려와 판단력으로 하는 거야.”

키케로의 ‘노년에 관하여’에 나오는 구절이다. 그는 로마 현인 카토의 입을 빌려 “경륜을 바탕으로 국가의 중요 정책에 조언할 수 있다면 이보다 가치 있는 큰일이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요즘은 노익장(老益壯)이란 말을 넘어 ‘노(No)’와 ‘노(老)’를 합성한 ‘노노족(NO老族)’, 70~80대를 아우른 ‘신7080시대’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이병호 국정원장 후보자(75)를 비롯해 대통령 비서실장 후보로 거명된 현명관 마사회장(74), 김인호 신임 한국무역협회장(73) 등 70대 전성기다.

‘직업이 장관’이란 별명의 진념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75)과 경제수석·재무부 장관·무역협회장을 지낸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75) 등도 선미에서 정신을 밝히고 있는 70대다.

그뿐인가.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79), 김동호 문화융성위원장(78), 유흥수 주일대사(78), 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76)도 70 현역이다. 40대에 장차관을 지내고 50~60대까지 일하다 70대에도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것도 노령화의 예기치 않은 결과인지!

한쪽에서는 1930년대 태생으로 60년대에 사회생활을 시작해 80을 앞둔 ‘신386’이 약진하고 있다고도 한다. 지난해 6·4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광역·기초단체장과 교육감 중 70세 이상이 2010년(4명)의 두 배인 8명으로 늘었다. 하긴 영국 처칠은 81세까지 총리를 지냈고, 프랑스 드골은 79세까지 대통령으로 일했다. 지난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아카사키 이사무와 그 전해에 물리학상을 받은 피터 힉스의 나이도 85세였다.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알렉시스 카렐은 나이 들어 상실하게 되는 인간의 신체 능력이 3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주름은 피부의 수분 증발을 늦춰주고, 키가 줄어드는 것은 불필요한 골격을 줄여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아낀 에너지는 심장과 뇌로 간다. 그러니 노화(老化)가 아니라 진화(進化)라 해야겠다. 얼마 전 ‘명언(名言) 속 명언’을 펴낸 정현수 선생도 ‘노인이 쓰러지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 없어지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이 와중에 60대는 되레 걱정이 많아졌다고 한다. 혹시 70대에서 50대로 바로 건너뛸까 봐.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