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또 '롤러코스터' 인사
충성 경쟁 유도…세력확장 막기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28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평양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에 새로 조성한 근위부대관을 방문한 소식을 전하면서 황병서를 최용해보다 먼저 호명했다. 넉 달 만에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
황병서는 작년 5월 총정치국장에 임명되면서 최용해 위로 올라섰다가 5개월 만에 뒤로 밀려났다. 같은해 10월 김정은이 ‘5월1일 경기장’을 방문한 이후 최용해가 다시 당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불리면서부터다.
이에 따라 최근 황병서가 정치국 상무위원에 새로 임명되면서 최용해를 제쳤을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북한은 이달 들어 노동당 정치국 회의, 정치국 확대회의,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잇달아 열고 ‘조직문제’를 다뤘다고 밝혔다. 이 회의에서 정치국 인사 구성 등 권력 재편이 이뤄졌을 것이란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최용해가 당 정치국 상무위원 직책을 내놓았을 것이란 추측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김정은의 최측근만 참석한 이날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최용해가 좌천됐을 가능성은 적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용해의 정치적 위상이 하락했다기보다 황병서에게 새로운 직책이 부여됐다는 설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북한 수뇌부의 잦은 서열 변화에 대해 대북 전문가들은 공식적인 2인자를 두지 않기 위한 김정은의 전략으로 보고 있다. 장성택 숙청 이후 엎치락뒤치락하는 ‘롤러코스터’식 인사를 통해 서로를 견제하고 충성 경쟁을 유도해 핵심 세력의 확장을 막으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황병서의 2인자 복귀를 두고 집권 3년차를 맞는 김정은이 군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이날 전승기념관 시찰에는 황병서와 최용해를 비롯 오일정·한광상 당부장, 이재일·이병철 당 제1부부장,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등이 참석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