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부터 ‘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중견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신분 변동’이 생기고 있다. 중견기업에 포함됐던 업체가 다시 중소기업군으로 내려가는가 하면 중견기업으로 승격된 한 회사는 ‘혜택이 많은 중소기업으로 남고 싶다’는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는 최근 정기총회를 열고 한국도자기 등 19개 중견기업을 회원사에서 제외했다. 올해부터 중소기업 기준이 ‘3년 평균 매출액(1500억원 이하)’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중소기업을 상시근로자 수나 자본금 규모 등 여러 기준으로 분류했으나 올해부터 기준이 단순화됐다.

이에 따라 한때 중견련에서 부회장사를 맡았던 한국도자기는 협회 자격을 잃어 강등됐다. 한국도자기는 최근 몇 년간 매출이 400억원대에서 정체돼 있다. 한국도자기 관계자는 “중견기업 탈락에 별 의미를 두지 않으며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한다는 게 경영진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글과컴퓨터는 2012년 중견기업이 됐다가 3년 만에 다시 중소기업이 됐다. 이 회사의 3년 평균 매출액은 700억원대 초반이다.

‘강등’된 회사들은 중소기업으로 재분류된 게 나쁘지만은 않다는 반응이다. 중견, 중소기업 신분 변화에 따라 각종 지원혜택이 달라지기 때문. 중소기업이 받는 혜택으로는 법인세율 차등적용, 특별세액 감면 혜택, 공공기관 입찰 우대 등이 있다. 특별세액 감면은 지역과 업종, 기업 규모에 따라 5~30%까지 받을 수 있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중견기업으로 신분이 상승하는 게 겉보기엔 그럴 듯하지만, 각종 보호정책이 있는 공공시장에서는 중소기업으로 남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과거 상시근로자 수와 자본금으로 중소기업을 정하다 보니 규모가 커진 기업도 이 같은 투입지표를 조정해 중소기업 지위에 머무르며 혜택을 계속 받으려는 ‘피터팬 증후군’ 현상이 발생했다”며 “이를 방지하고 활발한 고용창출을 위해 기준을 단순화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중견기업 수는 3846개, 매출액은 629조4000억원, 총 고용 인원은 116만명으로 전체 고용의 9.7%를 차지한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