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쿠웨이트 남부의 부르간 유전. 1991년 2월 걸프전 때 이라크군은 이곳을 폭파했다. 이후 9개월에 걸쳐 겨우 불길을 잡았지만 주변 토양 오염은 막을 수 없었다. 당시 이라크가 불을 지른 유전은 750여개다.

유전개발서 제조업으로…중동서 '성공신화' 다시 쓰는 중기
쿠웨이트 정부가 유전지대 토양 복원에 나서기로 한 가운데 직원 50명에 불과한 국내 토양 정화 전문업체 에코필이 프로젝트 참여를 눈앞에 뒀다. 쿠웨이트석유공사(KOC)가 발주한 30억달러짜리 유전 토양 복원사업은 쿠웨이트 유일의 환경업체인 NCC가 맡을 예정이고, NCC는 사업 파트너로 에코필을 선택했다.

에코필은 지난해 국방부가 발주한 주한미군기지 오염토양 정화 공사를 수주하기도 한 업체로 미국 에이콤과 스페인 헤라 같은 수만명을 거느린 다국적 기업을 제쳤다.

1일 쿠웨이트에서 만난 카말 무슬마니 NCC 기술이사는 “KOC 입찰 자격이 있는 세계 50개 기업을 모두 둘러봤지만 유일한 중소기업인 에코필의 기술이 쿠웨이트 환경에 가장 잘 맞았다”며 “다른 기업에 하도급을 주는 대기업과 달리 사업을 끝까지 직접 진행하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올 하반기에 예정대로 계약을 맺으면 에코필은 쿠웨이트 유전 주변 토양을 복원하는 작업을 총괄한다. 복원 면적은 114㎢로 여의도(8.4㎢)의 13배가 넘고, 땅속 깊이 오염돼 복원해야 할 토양을 부피로 환산하면 2800만㎥로 25t 트럭 190만대분이다.

에코필은 쿠웨이트에 지사를 설립하고 작년 1월부터 슈와이바 지역에서 NCC와 현장검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들이 앞다퉈 중동으로 달려가고 있다. 저유가에도 조(兆) 단위 건설 프로젝트가 끊이지 않는 데다 최근 정유·석유화학 등을 중심으로 산업 설비 구축이 잇따르는 만큼 제2 중동신화의 기회를 잡기 위해서다. 현대건설도 1970년대 중동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매출 10조원대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신부남 주쿠웨이트 대사는 “중국과 인도 업체들과의 단순 가격 경쟁이 아니라 기술력과 경험으로 승부한다면 기회는 널려 있다”고 말했다.

쿠웨이트=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