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도 제 몸을 비우고 싶은 것이다
너무 오래 버려진 그리움 따위
버리고 싶은 것이다
꽃 피고 비 내리는 세상 쪽으로
날아가 한꺼번에 봄날이 되고 싶은 것이다

사막을 떠나 마침내 낙타처럼 떠도는
내 고단한 눈시울에
흐린 이마에
참았던 눈물 한 방울 건네주고 싶은 것이다


시집 《상처적 체질(문학과지성사)》 中

봄철 불청객 하면 떠오르는 것이 황사입니다. 하지만 황사는 사실 사막에서 날아온 편지일지도 모릅니다. 사막에서 어떤 소식을 담았기에 여기까지 날아왔을까요. 꽃 피고 비 내리는 세상을 그리워하는 사막에도, 사막처럼 마음이 메마른 이들에게도 촉촉함과 따스함이 전해지는 봄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