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광고총량제 강행'논란'…신문산업 경쟁력 약화 초래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진 중인 지상파 방송 광고총량제에 대해 한국신문협회와 시민단체들이 적극 반발하고 나섰다. 방통위는 ‘지상파 방송에 광고물량 몰아주기’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오는 5월 이전까지 광고총량제 도입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미디어 정책을 총괄하는 문화체육관광부는 한 발짝 물러서 사태를 관망하는 모습이다.

한국신문협회 관계자는 2일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열고 방통위가 추진 중인 광고총량제 도입에 대해 적극 반대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전국 주요 신문사와 통신사 등 47개사로 구성된 신문협회는 “지상파 광고총량제는 방통위라는 한 부처의 시행령에 불과하지만 신문, 지상파, 유료방송, 잡지 등 국내 미디어 전체에 지각 변동을 가져올 중대한 변수”라며 “미디어정책을 총괄하는 문체부는 물론 부처 간 합의가 어려울 경우 청와대 등 정책 조정권이 있는 상급 기관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상파 광고총량제는 방통위가 지난해 말 입법예고한 방송법 시행령의 핵심이다. 현재의 프로그램·토막·자막광고 등 광고 형태별로 시간을 정해 규제하는 대신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 시간 총량만 규제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신문협회는 “광고총량제가 도입되면 지상파방송 프로그램에 붙는 프로그램 광고의 시간은 평균 6분(24개)에서 9분(36개)으로 50%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지난 1월30일 공개한 조사 결과에서도 국내 광고주의 81.7%는 지상파 광고비를 늘리기 위해 다른 매체 광고비를 줄일 것이라고 답했다. 지상파 광고총량제가 시행될 경우 신문업계의 연간 광고 물량 1조6000억여원 가운데 1000억~2800억원이 지상파로 옮겨갈 것이라고 신문협회는 추산했다.

시민단체들도 방통위의 광고 정책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지난달 26일 서울 정동에서 토론회를 열고 지상파 광고총량제를 비판했다. 토론자로 나선 황근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광고총량제 허용은 지상파 방송사의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고 방송시장 생태계를 황폐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는 신문협회의 의견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문체부도 신문업계와 관련 단체 등과 긴밀히 협의하겠다는 대답뿐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방송 규제는 방통위의 업무 영역이어서 문체부가 적극적으로 반대 입장을 보이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