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방향 설정부터 해야 할 핀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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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규 금융부 기자 black0419@hankyung.com
![[취재수첩] 방향 설정부터 해야 할 핀테크](https://img.hankyung.com/photo/201503/02.6932826.1.jpg)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실적이 거의 없어서요.”(A은행 담당자)
기자의 같은 질문에 대한 각 은행 담당자들의 공통된 답변이다. 뱅크월렛카카오(뱅카)는 너도나도 ‘핀테크(금융+기술)’를 외치던 지난해 11월 큰 기대를 받으며 출시된 서비스다. 카카오톡으로 돈을 주고받을 수 있게 만든 것이다. 그러나 약 4개월이 지난 지금 금융권에서 뱅카 얘기를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예상보다 실적이 너무 부진하다는 게 은행들의 얘기다.
정확히 말하면 은행들은 뱅카 실적을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한 은행 관계자는 “부진을 예상하고 뱅카에 참여하지 않으려 했지만 ‘남들 다 하는데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는 안팎의 압력 때문에 결국 발을 들였다”고 털어놨다.
실적이 저조한 이유는 간단하다. 은행들의 모바일뱅킹 서비스보다 별로 나은 게 없어서다. 금융소비자들이 굳이 복잡한 절차를 거쳐 또 하나의 송·수금 수단을 스마트폰에 만들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는 얘기다.
뱅카는 가입자끼리만 돈을 주고받을 수 있다. 돈을 받아도 출금은 다음날 가능하다. 충전과 송금한도도 제한돼 있다. 상대방 계좌번호를 몰라도 카카오톡으로 돈을 보낼 수 있다는 것 외에 기존 모바일뱅킹보다 나은 것이 없다는 평이 많다.
그럼에도 뱅카가 큰 기대를 모았던 건 핀테크라는 대세를 탄 덕분이었다. 금융당국이 핀테크 활성화를 부르짖자 은행들로서는 성의를 보여야 했다. 정보기술(IT) 업계들도 가세했다. 중국 알리페이 등을 거론하며 국내 지급결제서비스가 시대에 뒤처져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국내 지급결제서비스 경쟁력은 세계 어느 곳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뱅카가 부진한 건 그보다 높은 수준의 지급결제서비스가 이미 구축된 탓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핀테크라는 큰 방향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핀테크가 보여주기식 정책을 넘어서려면 업계와의 공감을 통해 방향을 재설정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국내 금융서비스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김일규 금융부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