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특유의 근면성으로 무슨 일이든 일사천리로 진행하려 하지만 중동은 그렇지 않다.

한국인들이 무조건 “빨리 빨리”를 외치면 대부분 중동 사람들은 의아해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여유는 이슬람 문화에서 나온다. “왜 이렇게 일에 속도를 내지 않느냐”고 물으면 “최선을 다했지만 인간으로서 안 되는 게 있다. 그건 신의 영역”이라고 설명하는 게 중동이다.

중국의 만만디와 비슷한 이슬람 문화의 특성은 이른바 IBM으로 요약된다. ‘I’는 인샬라(in sha alla)다. 일상생활에서는 ‘알라 신의 가호가 함께하기를’이라는 좋은 뜻으로 쓰이지만 업무 관계에선 ‘모든 일은 알라의 뜻에 맡기니 일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는 뜻으로 변한다.

둘째 ‘B’는 내일을 뜻하는 부크라(bukra)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는 격언처럼 중동 사람들도 “내일까지 일을 처리하겠다”며 “부크라”라고 말하지만 막상 다음날 “왜 안 했느냐”고 하면 또 “부크라”라고 반복하는 일이 많다.

마지막 ‘M’은 ‘아무 문제 없다(no problem)’는 말리쉬(ma allish)다. 상대방이 잘못했을 때 “괜찮다”는 뜻으로 쓰이지만 자신의 실수를 덮기 위해 “이해해 달라”는 의미로도 통용된다. 처음에 중동 바이어들이 당장 물건을 살 것처럼 말하다가 막상 계약에 임박하면 번복하는 일이 적지 않은데 이때 “말리쉬”라며 이해를 구할 때가 많다.

IBM 문화에 배신당하는 일을 줄이려면 관계를 뜻하는 와스타(wasta)를 넓혀야 한다. 중국의 관시(關係)처럼 중동에서도 인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삼식 KOTRA 쿠웨이트무역관장은 “중동에선 와스타가 개인의 중요한 능력으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쿠웨이트=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