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는 노후 준비에 직격탄을 날린다. 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는 중력이 큰 곳에서 시간이 천천히 가는 현상을 실감 나게 보여준다. 그처럼 초저금리에 접어들면 자산의 증가 속도가 현저하게 낮아진다. 병법에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고 한 것처럼 노후 자산관리를 위해서는 초저금리의 정체를 명확히 알아야 한다. 자산의 증식과 관련해서 금리는 다음의 세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주식으로 노후 자산관리] 주식, 국내·해외·신흥국 분산투자 필요…메가트렌드 반영한 헬스케어·바이오株 '주목'
초저금리의 정체를 파악하라

첫째, 저금리로 갈수록 자산의 증식 속도는 가속적으로 늦어진다. 금리가 5%일 때 원금이 두 배가 되려면 약 14년이 걸린다. 금리가 하락해 4%가 되면 18년, 3%일 때는 24년이, 그리고 2% 금리에서는 무려 36년이, 1% 금리에서는 70년이 걸린다. 원금이 두 배 되는 데 걸리는 기간이 금리가 5%에서 1%포인트씩 하락할 때마다 각각 4년, 6년, 12년, 34년이 더 길어진다.

둘째, 초저금리에 빠지면 마치 블랙홀에서 시간이 멈추는 것처럼 자산 증식이 어려워진다. 금리가 1%일 때 자산이 두 배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70년인 데 반해 0.5%이면 그 시간이 139년이나 된다. 금리가 더 하락해 0.1%가 되면 원금이 두 배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693년이다. 일본은 2001년에 이미 기준금리가 0.1%가 됐다.

셋째, 초저금리에서는 위험자산 비중을 늘려 4~5%의 수익을 내는 중위험·중수익으로 옮겨 가는 것이 효율적이다. 위에서 든 예는 수익률을 1%포인트씩 낮출 때의 자산 증가 속도였지만, 반대로 초저금리에서 수익률이 1%포인트씩 높아질 때는 정반대의 효과가 일어난다. 2% 금리에서 수익률을 3%포인트 더 올려서 5%로 하면 원금이 두 배 되는 데 걸리는 기간을 36년에서 14년으로 22년이나 단축할 수 있다. 위험을 감수하는 데 따르는 보상이 초저금리에서 높다는 얘기다.

노후 자산관리 ‘예금에서 투자’로

초저금리라는 강적을 만난 시점에서는 노후 자산관리의 전장(戰場)을 예금에서 투자로 옮겨야 한다. 예금이라는 전장에서 초저금리와 싸워봐야 노후 준비에서 패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투자라는 전쟁터로 옮기는 것도 만만치는 않다. 투자는 높은 수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지만 생각지도 못한 손실을 오랫동안 볼 수도 있다. 노후에 이런 손실을 보면 회복이 어렵다. 투자라는 전쟁터에서 초저금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전략을 사용해야 한다.

첫째, ‘나’를 알아야 한다. 나는 투자를 결정하는 주체이면서 인적자산으로 근로소득을 버는 주체이기도 하다. 근로소득이 많고 오랫동안 벌 수 있으면 위험자산 투자를 많이 할 수 있는 반면에 근로소득도 없고 금융자산만 조금 가지고 있으면 위험자산 투자를 자제해야 한다. 원금이 조금 손실을 볼 때 초조해 하고 기다릴 수 없는 성격이라면 안전한 포트폴리오를 가진 자문계좌에 맡기든지 위험자산 투자를 자제하든지 해야 한다.

둘째, 부동산 투자는 ‘입지’가 중요하듯이 자산운용의 원칙은 ‘분산’이다. 우리에게 가장 미진한 부분이 글로벌 분산이다. 연금자산의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40% 정도가 해외 자산인 데 반해 한국은 0.6% 수준에 불과하다. 향후 장기적인 성과를 결정하는 것은 포트폴리오에 해외 자산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가 될 것이다.

해외 자산 투자는 가보지 않은 영역이라 선뜻 내키지 않는다. 또 해외 투자를 했다가 낭패를 본 경험이 해외 자산을 꺼려지게 한다. 자본시장은 손실을 봐도 계속 그 시장에 남아 있어야 한다. 손실 봤다고 빠져나가고 한참 있다가 다른 사람들이 모두 돈 번다고 그때 들어오면 이미 늦다.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우리나라로서는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해외 자산을 절반 이상 가지고 있어야 한다.

셋째, 추세를 가지는 주식을 가져야 한다. 추세가 있으면 중간에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추세선을 따라 상승한다. 향후 적어도 30년 정도 펼쳐질 메가트렌드는 고령화, 글로벌 중산층의 폭발적인 성장, 정보기술(IT)과 바이오 기술의 발전이다. 소비재, 헬스케어 관련 주식이 이런 추세에 부합한다. 과거의 경우를 보더라도 이 두 주식은 장기 성과가 좋았다. 제러미 시겔 와튼스쿨 교수에 따르면 지난 50년 동안 미국에서 성과가 좋은 15개 기업 중에서 소비재가 9개, 헬스케어가 5개를 차지했다. 앞으로 펼쳐질 인구구조 변화와 기술발전은 이 두 섹터의 매력을 더 크게 만들 것이다.

자산관리 원칙에 충실히 하는 게 핵심

[주식으로 노후 자산관리] 주식, 국내·해외·신흥국 분산투자 필요…메가트렌드 반영한 헬스케어·바이오株 '주목'
넷째, 여러 자산군에 적절하게 자산을 배분하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과거에는 주식 종목에 투자하는 게 유행이었고 2000년대에는 잘 나가는 한두 개 펀드에 집중 투자했다. 이제는 여러 펀드들을 주식, 채권, 부동산 등의 자산군별로 잘 분류해서 투자해야 하며, 어떤 자산의 비중을 얼마나 가져갈까가 중요 고민이 돼야 한다. 실제로 성과는 자산배분이 결정한다.

예일대 기금운용의 최고투자책임자인 데이비드 스웬슨은 자산배분을 통해서 지난 30년간 연평균 14.5%의 수익을 달성했다. 내가 투자한 자산을 자산군별로 정리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자신의 자산을 국내주식, 해외주식, 선진군 주식, 신흥시장 주식, 국내 채권, 해외 채권, 부동산, 원자재 등으로 분류해서 그 비중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확인해보자.

다섯째, 조언자를 잘 활용하자. 투자대상 자산이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복잡해졌고 세계 경제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지역별로, 테마별로 다양한 펀드가 있다. 여기에다 국가별, 자산종류별, 운용사별로 조합을 해보면 엄청난 투자대상 자산이 있다. 이를 스스로 정리해서 판단하기 쉽지 않다. 금융회사가 제공한 플랫폼을 잘 활용하고 자신의 자산관리자를 둬 조언을 반드시 구해야 한다. 골프 칠 때 훌륭한 캐디가 돈을 벌어 준다.

작년에 타계한 바둑의 기성(棋聖)이라 불리는 우칭위안은 ‘묘수 세 번이면 바둑 진다’라고 했다. 묘수 내는 데 골몰하다 보면 바둑의 포석, 행마, 흐름, 조화에 소홀하기 때문이다. 초저금리 시기에 자본시장 활용은 필수다. 명심할 것은 단번에 몇 십% 수익을 내는 묘수를 찾는 데 중점을 두기보다는 자산관리의 원칙을 잘 지키는 것이다. 앞으로 노후 준비의 상당 부분은 연금을 통해 이루어진다. 개인연금저축계좌나 퇴직연금부터 자본시장 활용을 당장 실천해보자.

김경록 < 미래에셋 은퇴연구소장 grkim62@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