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판소리 ‘눈먼 사람:심학규 이야기’ 무대에 서는 소리꾼 김봉영 씨(오른쪽 세 번째)와 연주자들.
창작판소리 ‘눈먼 사람:심학규 이야기’ 무대에 서는 소리꾼 김봉영 씨(오른쪽 세 번째)와 연주자들.
“판소리 ‘심청가’를 연습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 제가 심 봉사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더군요. 가난한 아버지이자 시각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심 봉사의 모습이 지금 이 시대 아버지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버지 심학규의 시선으로 심청가를 재해석하는 게 의미 있겠다 싶었죠.”

소리꾼 김봉영 씨(30·사진)는 오는 8~15일 서울 동숭동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판소리 드라마 ‘눈먼 사람:심학규 이야기’를 기획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해 서울 문래예술극장에서 초연한 이 작품은 고전소설 ‘심청전’을 각색한 창작 판소리다. 그는 1인 7역을 맡아 무대를 이끈다.

전북 남원 출신인 김씨는 송순섭, 박양덕, 전인삼 선생에게 소리를 배우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을 졸업한 뒤 제20회 동아국악콩쿠르 판소리 일반부 대상을 받은 차세대 소리꾼이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과거에 급제한 심학규에게 불행이 한꺼번에 찾아옵니다. 녹내장에 걸려 눈이 멀고, 가난한 가장이 되죠. 심학규는 돈이 중심인 사회에서 매 순간 벽에 부딪힙니다. 예컨대 눈을 뜨게 해줄 테니 약 개발에 투자하라는 친구 말에 속아 사채를 끌어오지만 결국 사기를 당하는 식으로요. 돈과 외로움이야말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주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공연은 기존 판소리와는 달리 건반 해금 아쟁 타악 등 다양한 악기가 하모니를 이뤄 무대를 꾸민다. (02)2278-5741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