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TV와 한경미디어그룹은 오는 9일부터 이틀간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통일, 한국 경제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2015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를 개최한다. 올해로 7회를 맞는 컨퍼런스는 세계 경제 리더들이 모여 글로벌 시장의 큰 흐름을 읽고 한국 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토론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컨퍼런스의 주제는 ‘통일’. 광복 7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경제의 가장 큰 ‘위기’이자 ‘기회’인 통일에 대해 정부와 기업이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2015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 '지한파' 스티글리츠, '통일 대박' 이뤄낼 경제 이정표 제시한다
○스티글리츠가 내놓는 통일 전략

올해 컨퍼런스의 백미는 9일 오후 6시 ‘함께 하나로-통일 경제 성장 전략’이란 주제로 열리는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국제관계학 석좌교수의 기조연설이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정보의 비대칭성에 따른 시장의 불완전성을 연구하는 ‘정보경제학’의 기틀을 다진 공로로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석학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26세에 미국 명문 예일대의 정교수가 됐다.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의 요청으로 일명 ‘스티글리츠 행복지수’로 불리는 ‘행복 국내총생산(GDP)’을 개발하기도 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컨퍼런스에서 한반도 통일의 경제적인 효과와 정부의 대응전략에 대한 견해를 밝힐 계획이다. 막대한 통일비용 조달 방안, 남북한 간 소득격차 해소 방안, 화폐 통합, 북한지역 개발 방안 등 ‘통일 고민거리’를 어떤 식으로 풀어야 할지에 대한 큰 그림도 제시할 예정이다.

기조연설 후 스티글리츠 교수는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과 특별 대담을 한다. 서강대 교수 출신인 김 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로 불리는 국내 대표 경제학자 중 한 명이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이튿날 오전 9시에 ‘통일 경제 거시 전략-정부·금융 정책제언’이란 주제로 열리는 세션1에 패널로 참석해 중국, 러시아의 한반도 전문가 및 독일 통일 과정에 경제전문가로 참여한 석학과 토론을 벌인다. 컨퍼런스 개막 축사를 하기 위해 참석하는 이완구 국무총리와도 만난다.

○세계경제 진단과 제언도

스티글리츠 교수가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에 대해 어떤 진단을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그는 최근 한국경제TV와 한 인터뷰에서 “2015년은 거대한 불확실성과 위험의 해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정위기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는 것도 세계 경제에 긍정적인 신호로만 볼 수는 없다는 게 스티글리츠 교수의 생각이다. 경기 회복에 힘입어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부동산, 주식 등 자산가치가 하락하면서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컨퍼런스에선 그가 꼽은 올해 세계 경제의 위협 요인과 주요국의 대응 방안도 제시될 예정이다.

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 경제에 대해 어떤 평가와 조언을 할지도 관심을 끈다. 한국을 잘 아는 ‘지한파(知韓派) 석학’인 만큼 한국의 현실에 맞는 해법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가 크다. 그는 한국이 외환위기로 신음하던 1997년 12월에 세계은행 수석 부총재 자격으로 방한했다. 2003년에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취임식에도 참석했다. 외환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의 고금리 및 재정긴축 처방을 강력히 비판해 국내에서도 유명해졌다. 삼성증권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2004년에는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투자 위축이다. 정부는 규제의 불확실성을 제거해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고 제언해 주목받기도 했다. 이후에도 수차례 한국을 방문했다.

이런 그가 내놓는 한국 경제에 대한 진단과 해법은 올해 컨퍼런스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과연 한국도 일본이 경험한 ‘잃어버린 20년’의 초기 단계에 접어들었는지, 한국 정부가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올해 국정 목표인 노동·공공·금융·교육 등 4대 부문 구조개혁은 올바른 방향인지 등 한국 경제를 둘러싼 최근 논쟁에 대한 세계적인 석학의 견해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