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좋은 마피아 vs 나쁜 마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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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석 IT부 차장 yagoo@hankyung.com
지난달 24일 오후 연세대 총장실. 정갑영 총장과 김동훈 경영대 학장,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그의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 등이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연신 시계를 봤다. “왜 이렇게 늦는 거지?” 그들이 기다린 사람은 미국 전자결제 서비스업체인 페이팔의 창업자이자 제로 투 원이라는 책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피터 틸. 30분가량 늦게 모습을 나타냈지만 모두 반가움 일색이었다. 짧은 만남이 아쉬울 뿐.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의 참석이 불발했다는 소식에 안 의원은 “이거보다 중요한 일정이 뭐가 있을까요?”라고 되물었고, 그의 부인은 “오늘 처음으로 남편 덕을 본다”고 즐거워했다.
혁신을 꿈꾸는 마피아
틸은 ‘마피아(?)’ 출신이다. 그와 함께 실리콘밸리에서 창업 구상으로 머리를 맞댔던 동료들을 함께 묶어 세상 사람들은 ‘페이팔 마피아’라고 부른다. 멤버는 짱짱하다.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로 불리는 테슬라모터스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엘론 머스크, 유튜브의 공동 창업자 채드 헐리와 스티브 챈, 인맥 관리 서비스 링크트인을 만든 리드 호프먼 등이 같은 마피아 조직원이다. 모두 수천억원대의 거금을 주무르는 부자들. 이들은 주말에 서로의 집에 모여 파티를 하다가 누군가가 재미있는 사업 아이디어를 내면 즉석에서 토론을 거쳐 대규모 투자 결정을 내린다. 억만장자 마피아들의 친목 모임은 이렇게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정보기술(IT)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생태계를 뒤흔든다.
태평양 건너 러시아. 이곳도 요즘 마피아가 대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政敵) 보리스 넴초프가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새삼 러시아 마피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크렘린 궁과 약 200m밖에 떨어지지 않은 모스크바 중심가에서 일을 벌인 대담함, 여섯 발 중 네 발을 순식간에 명중시키고 그중 한 발은 심장, 한 발은 머리를 정확히 관통시킨 노련함 등이 마피아 개입설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외신은 연일 “러시아 마피아 조직은 전국적으로 5000개가 넘고, 조직원은 30만명에 이른다”는 후속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보드카 한 병값이면 누구나 청부살해할 수 있다”는 오싹한 농담이 돌아다니는 나라 러시아. 영화 대부(大父)의 ‘콜리오네’ 가문이 판치던 1920년대 미국을 보는 듯하다.
자리·권력에만 매달려서야
한국 언론에도 마피아는 심심찮게 등장한다. 전직 고위 공무원들이 민간 영역에 투하될 때마다 ‘관피아(관료+마피아)’라는 용어가 따라붙는다. 이 중 유독 힘이 센 옛 재무부 출신들은 ‘모피아(과거 재무부의 영문 약자와 마피아를 합성한 단어)’라는 명칭으로 별도 관리된다.
유사 조직들도 양산됐다. 금피아(금융감독원+마피아) 정피아(정치인)는 이제 어엿한 주류로 자리 잡았고, 선피아(선거 캠프 출신) 감피아(감사원) 해피아(해양수산부) 등 신흥세력의 발호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모두 ‘권력’과 ‘자리’라는 이기적 가치에 매달린다. 옛날 냄새가 물씬 풍긴다는 점에서 러시아 마피아와 닮았다. “2030년까지 화성에 8만명가량이 살 수 있는 주거지를 만들겠다”는 페이팔 마피아 조직원(머스크)과는 지향점도 스케일도 비교가 안된다. 같은 달력을 쓴다고 모두 같은 시대에 사는 건 아니라는 말, 실감나는 요즘이다.
안재석 IT부 차장 yagoo@hankyung.com
혁신을 꿈꾸는 마피아
틸은 ‘마피아(?)’ 출신이다. 그와 함께 실리콘밸리에서 창업 구상으로 머리를 맞댔던 동료들을 함께 묶어 세상 사람들은 ‘페이팔 마피아’라고 부른다. 멤버는 짱짱하다.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로 불리는 테슬라모터스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엘론 머스크, 유튜브의 공동 창업자 채드 헐리와 스티브 챈, 인맥 관리 서비스 링크트인을 만든 리드 호프먼 등이 같은 마피아 조직원이다. 모두 수천억원대의 거금을 주무르는 부자들. 이들은 주말에 서로의 집에 모여 파티를 하다가 누군가가 재미있는 사업 아이디어를 내면 즉석에서 토론을 거쳐 대규모 투자 결정을 내린다. 억만장자 마피아들의 친목 모임은 이렇게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정보기술(IT)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생태계를 뒤흔든다.
태평양 건너 러시아. 이곳도 요즘 마피아가 대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政敵) 보리스 넴초프가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새삼 러시아 마피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크렘린 궁과 약 200m밖에 떨어지지 않은 모스크바 중심가에서 일을 벌인 대담함, 여섯 발 중 네 발을 순식간에 명중시키고 그중 한 발은 심장, 한 발은 머리를 정확히 관통시킨 노련함 등이 마피아 개입설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외신은 연일 “러시아 마피아 조직은 전국적으로 5000개가 넘고, 조직원은 30만명에 이른다”는 후속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보드카 한 병값이면 누구나 청부살해할 수 있다”는 오싹한 농담이 돌아다니는 나라 러시아. 영화 대부(大父)의 ‘콜리오네’ 가문이 판치던 1920년대 미국을 보는 듯하다.
자리·권력에만 매달려서야
한국 언론에도 마피아는 심심찮게 등장한다. 전직 고위 공무원들이 민간 영역에 투하될 때마다 ‘관피아(관료+마피아)’라는 용어가 따라붙는다. 이 중 유독 힘이 센 옛 재무부 출신들은 ‘모피아(과거 재무부의 영문 약자와 마피아를 합성한 단어)’라는 명칭으로 별도 관리된다.
유사 조직들도 양산됐다. 금피아(금융감독원+마피아) 정피아(정치인)는 이제 어엿한 주류로 자리 잡았고, 선피아(선거 캠프 출신) 감피아(감사원) 해피아(해양수산부) 등 신흥세력의 발호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모두 ‘권력’과 ‘자리’라는 이기적 가치에 매달린다. 옛날 냄새가 물씬 풍긴다는 점에서 러시아 마피아와 닮았다. “2030년까지 화성에 8만명가량이 살 수 있는 주거지를 만들겠다”는 페이팔 마피아 조직원(머스크)과는 지향점도 스케일도 비교가 안된다. 같은 달력을 쓴다고 모두 같은 시대에 사는 건 아니라는 말, 실감나는 요즘이다.
안재석 IT부 차장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