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대 영상학과에 재학 중인 A씨(26)는 4일 영화제 출품을 위해 방학 기간 찍은 영상을 편집하려고 학교 영상편집실에 들렀다. 그런데 컴퓨터엔 그동안 사용해온 편집 프로그램이 없었다. 학교 관계자에게 문의했더니 “불법 복제 소프트웨어를 며칠 전 다 삭제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S대 영상학과는 2월 말 영상편집실 컴퓨터 17대에 설치됐던 애플의 영상 편집 프로그램 ‘파이널컷프로7’ 가운데 정품 하나만을 남기고 모두 삭제했다.

학과 수업에 필수적인 소프트웨어를 불법 복제품으로 써온 대학의 관행 탓에 애꿎은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대학들이 문화체육관광부 등 당국의 단속을 우려해 최근 불법 소프트웨어를 잇따라 삭제하고 있지만, 이를 대체할 정품 구입에 늑장을 부리고 있어서다.

특히 고가의 소프트웨어가 필요한 영상·디자인 계열 학과 학생들은 더 비싼 등록금을 내면서도 수업과 취업 준비에 필수적인 소프트웨어조차 스스로 마련해야 하는 처지다. 한 학생은 “당연히 정품인 줄 알았는데 불법 소프트웨어라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