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4개국을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4일 두 번째 방문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오일머니의 국내 투자 유치를 위한 세일즈 외교에 집중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중동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알왈리드 빈 탈랄 킹덤홀딩 회장을 만나 한국과 사우디 간 전략적 투자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알왈리드 회장은 압둘아지즈 초대 국왕의 아들로 왕실에 속해 있지만 정치에 관심이 없고 사업과 투자에만 신경을 쓰는 사우디의 대표적 사업가이자 투자자다. 보유 자산 규모가 282억달러(약 31조원)에 달해 사우디 최고 갑부이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아랍인으로도 꼽힌다.

그가 소유한 킹덤홀딩은 1980년 설립된 투자 지주회사로 씨티그룹 애플 타임워너 월트디즈니 등 세계 유수의 정보기술(IT), 미디어 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알왈리드 회장은 한국 건설사들의 중동 진출 과정에서 조력자 역할을 해오고 있다.

이날 만남에서 알왈리드 회장은 킹덤홀딩과 한국투자공사(KIC) 간 공동 투자 협력 방안을 설명했다. KIC와 킹덤홀딩은 앞으로 양국 기업은 물론 제3국에 대한 시장 분석, 자산관리 노하우 등 다양한 분야의 정보를 교환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유망 투자 대상이 발굴될 경우 두 기관이 공동 투자에 나서는 방안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이에 앞서 사우디 수도 리야드 시내에서 열린 ‘한·사우디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 양국 경제인 간 협력 확대를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양국 관계가 주로 석유 수입과 건설 프로젝트 중심으로 발전돼왔다”며 “앞으로는 협력 관계를 확대해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 보건의료 등 신산업 분야로 다각화하자”고 제안했다.

리야드=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