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통과…숨죽인 내수주
세칭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위헌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증시는 일단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법 공포 후 시행까지 1년6개월의 유예기간이 있지만 내수 소비 위축 가능성이라는 대형 ‘악재’를 맞이한 대형 유통주는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수요 위축 가능성이 제기된 주류주도 보합세로 마감했다.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 골프 관련주는 심한 눈치보기 양상이었다.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롯데쇼핑은 2.59% 내린 24만4500원에 장을 마쳤다. 백화점업계 2위인 현대백화점도 0.36% 하락했다. 이날 백화점 업종 지수는 전일 대비 0.79% 떨어졌다. 내수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김영란법’ 통과로 백화점 선물 수요가 감소할 것이란 우려 탓이다. 상품권이나 선물은 설이나 추석 등 명절에 수요가 몰리는데 ‘김영란법’ 통과로 주요 구입처인 법인들의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다. 박유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기가 둔화되는 가운데 신규 출점이나 신규 유통채널 등장으로 업체 간 경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며 “매출 신장률의 회복 징후가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영업 환경이 더 악화됐다”고 말했다.

이날 증시에선 소매(-1.82%) 운송인프라(-1.37%) 식품(-0.55%) 등 내수 관련 업종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수출주 부진의 빈자리를 대신해 반등 기회를 노려온 내수주에 ‘김영란법’이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서대일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수출주가 뚜렷한 상승동력을 보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김영란법’ 등장으로 내수주마저 회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골프주 역시 불안한 모습이었다. 전날 2.45% 하락한 에머슨퍼시픽은 이날도 0.84% 떨어졌다. 골프존은 회사 인적분할에 따른 거래정지 기간인 탓에 ‘김영란법’ 후폭풍의 충격은 일단 피했다. 전날 2.16% 하락한 C&S자산관리는 이날 7.3% 뛰며 다른 모습을 보였다. 하이트진로(0.22%) 보해양조(0%) 등 주류주들은 보합세를 보였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