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서 상대방 속내 읽으려면
스스로를 낮추는 자세 가져야
첫 질문은 쉽게 답할 수 있어야
그 답변을 토대로 구체적 질문
질문하면 된다. 상대방이 질문에 답하게 만드는 것이다. 잠깐, 상대방이 하는 말을 모두 믿을 수 있을까. 협상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이 정보를 알아내려는 낌새가 보이면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거나 대답을 하지 않으려는 유혹을 받는다. 좋은 관계를 말하면서도 눈앞의 이익에 굴복해버리는 것이다. 그러니 질문으로도 상대방의 속마음을 읽어내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의도적으로 속이려고 하는 상대방이 꼼짝없이 진실을 말하게 하는 질문법을 쓰는 사람이 있다. 실존인물은 아니지만 1970년대 TV를 통해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던 형사 콜롬보가 그 주인공이다. 콜롬보의 외모는 날카로움과는 담을 쌓았지만, 사건을 해결하는 날카로운 지혜는 보는 사람이 혀를 내두르게 한다. 콜롬보의 날카로움은 질문에서 나온다. 콜롬보의 질문법을 통해 협상에서 상대방의 속내를 읽는 방법을 배워보자.
콜롬보 질문법 1
먼저 질문해도 되는지 허락을 받아라
콜롬보는 용의자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나 해도 될까요’라고 예의 바르게 묻는다. 사실 경찰은 사건 현장을 조사해야 하기에 목격자나 용의자에게 질문할 권리가 있다. 그런데도 콜롬보가 허락을 받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허락을 구하는 것이 예의바른 행동이라는 것이다. 대부분 경우 허락을 구할 때 거절하지는 않기 때문에 답변을 얻는데 효과적인 기법이다. 게다가 허락을 구하는 태도는 합의를 이끌어 가는 데도 도움이 된다. 두 번째 이유는 상대방의 상세한 답변을 받기가 쉬워진다는 점이다. 상대방이 스스로 허락하도록 만들어 어떤 질문이든 반드시 답변해야만 한다는 심리적 의무감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콜롬보 질문법 2
도움을 요청하면서 질문하라
콜롬보가 입고 다니는 옷은 낡은 바바리코트다. 그리고 담배를 손에 쥔 채 수첩을 들고 생각에 잠기면서 질문을 한다. 그런데 질문을 하면서 생각이 나지 않아 전에 받아 적은 내용을 찾으면서 이렇게 질문한다. ‘잠깐만요,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좀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라고 하면서 질문을 던진다. 상대방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이 질문은 상대방 마음의 빗장을 푸는 효과가 있다. 나보다 강한 사람을 보고는 돕고 싶어하는 마음이 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거리를 걷다가 거지가 있으면 돕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일반적인 심리다. 따라서 스스로를 낮추고 도움을 요청하면 기꺼이 도우려는 사람들의 심리를 적극 활용하는 방식의 질문법이다.
콜롬보 질문법 3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하라
‘한 가지만 더 물어봅시다. 당신이 살해 현장에 있지 않았다면 무기가 칼이었다는 건 어떻게 안 겁니까?”
콜롬보 형사는 질문을 하면서 점점 구체적인 정황으로 몰고 간다. 단 그 정황은 항상 상대방의 답변을 토대로 한다. 그러니 다음 질문에서 답변은 더욱 구체적이고 상세할 수밖에 없다. 또한 앞의 답과 다르게 되면 범행을 자백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협상에서도 마찬가지, 처음부터 내가 알고 싶은 것을 물으면 상대는 경계하면서 답변을 피하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처음에 질문할 때는 일반적이고 누구나 쉽게 답변할 수 있는 것을 물어야 한다. 그리고 나서 그 답변을 토대로 좀 더 구체적이고 상세한 내용에 대해 질문을 해야 원하는 답변을 얻을 것이다.
지금부터는 협상에 나서게 되면 내 생각을 주장하기보다는 콜롬보 질문법을 활용하라. 먼저 상대에게 허락을 얻고, 도움을 요청하는 식으로 질문하라. 질문은 한 번에 끝내지 말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으로 말이다.
이계평 <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