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액 50억원 이하 소규모 펀드와 대형 펀드 간 합병을 위한 특례가 도입된다. 자금운용이 제한된 자투리펀드 투자자가 구제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또 자산운용사의 펀드 자전거래가 이전보다 쉬워지고, 고객이 맡긴 투자일임재산을 빌려주는 ‘증권대차’도 허용된다.

금융위원회는 5일 이 같은 내용의 ‘자산운용산업 규제 합리화를 위한 자본시장법령 등 개정안’을 발표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오는 9일 입법예고를 거친 뒤 4월 정기국회에 제출된다. 금융위는 관련 시행령과 감독규정을 상반기 중 개정할 계획이다.

이번 법 개정으로 자산운용사와 투자자 모두에게 ‘골칫거리’였던 자투리펀드 청산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자투리펀드란 설정 후 1년이 지난 시점에 규모가 50억원을 밑도는 소규모 펀드를 말한다. 전체 펀드의 36%(804개)가 이런 자투리펀드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소규모 펀드는 일반 펀드와 합병할 때 수익자 총회를 생략할 수 있다. 지금까지 소규모 펀드끼리 합병할 때만 특례를 줬지만 규모가 워낙 작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또 설정액이 적은 펀드를 여러 개 만들기보다 한 펀드 안에서 환헤지와 이익금 분배 여부, 통화 종류에 따라 일종의 ‘자(子) 펀드’인 종류형펀드를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소규모 펀드 난립을 막는 효과가 기대된다. 신승묵 삼성자산운용 준법감시인은 “소규모 펀드를 대형 펀드에 붙이면 효과적인 운용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보여주기식 행정이 아니라 업계 현실에 꼭 맞춘 규제 완화”라고 말했다.

그동안 엄격히 제한됐던 펀드의 자전거래도 앞으로는 대부분 가능해진다. 자전거래는 한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펀드끼리 이뤄지는 거래를 말한다. 자전거래는 펀드의 수익률을 운용사가 조작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령준수를 위해 불가피하거나 증권시장을 통해 처분이 곤란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됐다. 법령준수뿐 아니라 환매대응을 위한 목적에서도 펀드 설립 후 1개월이 지나면 자전거래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공모펀드 활성화를 위해 한 종목에 10% 이상 투자할 수 없었던 투자 한도는 25%까지 늘어난다. 펀드 총 재산의 50% 이상을 서로 다른 종목에 5%씩 분산 투자하면, 나머지 50%는 한 종목에 25%까지 투자할 수 있다. 인덱스펀드도 상장지수펀드(ETF)와 마찬가지로 한 종목을 최대 30%까지 담을 수 있게 된다.

294조원에 달하는 투자일임재산의 증권대차도 가능해진다. 그동안 공모펀드는 증권대차가 가능했지만 투자일임재산은 할 수 없었다. 유동성 부족에 시달렸던 한국형 헤지펀드와 롱쇼트펀드 운용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대차 풀(pool)이 생겨나는 셈이다.

이와 함께 부동산펀드는 호텔, 영화관 등 투자 시설을 직접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부동산 매입이나 건설까지만 가능하고 운영은 별도의 특별자산펀드를 만들어야 했다. 현재 국가재정법상 기금이나 변액보험만 가능했던 수익자 1인 사모펀드는 주요 공제회와 공제조합, 우체국예금보험에도 허용된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