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럽서 1조 펀드 자금 모을 것" LA행 비행기서 쓴 박현주의 편지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사진)이 해외 출장 중 비행기 안에서 임직원들에게 쓴 편지가 공개돼 화제다. 그의 편지 속에는 금융투자업이 처한 환경에 대한 고민과 향후 그룹 경영 계획, 출장 중 느낀 소회, 각종 당부의 말이 담겼다.

작년 말부터 해외에 머물고 있는 박 회장은 지난 4일 전 직원에게 보낸 편지에서 “국내 금융산업은 각종 규제로 역동성이 떨어졌다”며 “보험업의 경우 장기대체투자(AI) 규제만 조금 완화된다면 모든 역량을 다해 또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박 회장은 호주 시드니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향하던 중 비행기 안에서 편지를 작성했다.

그는 편지에서 “한국 사회는 저금리, 저성장, 고령화 시대 속 ‘부채의 덫’에 빠져 있는데 이 같은 부채 문제는 소득 확대를 통해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경제 성장과 함께 자산소득을 늘려야 하고 글로벌 자산운용 역량을 강화해 자산 수익률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박 회장은 “그룹의 장기 성장전략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며 “계열사 상장 등을 통해 3년 안에 그룹 자기자본을 10조원까지 확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내년에는 골프용품업체 아큐시네트(타이틀리스트)도 상장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이어 “중국의 지난해 해외투자 규모가 1200억달러(약 132조원)로 이제는 어디를 가나 세계 자산을 쇼핑 중인 중국 투자자들을 보게 된다”며 “투자 분야에선 이미 ‘중국 자본의 시대’가 시작됐다는 것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에셋도 지난 수년간 글로벌 비즈니스 확장에 주력해왔다”며 “아시아 최초로 해외에서 소매창구를 통해 펀드를 판매하고 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올 1분기에만 유럽과 미국 등 20여개 국가에서 1조원 이상 펀드 자금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