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먹지 않아도 맛 아는 청둥오리…새들의 육감
새들의 감각은 신비하고 놀랍다. 큰뒷부리도요는 뉴질랜드에서 알래스카까지 수만㎞를 쉬지 않고 8일 만에 주파한다. 아메리카 울새는 땅속에 들어 있는 벌레를 감지해 내고, 건조지역에서 서식하는 홍학은 수백㎞ 밖에서 비오는 소리를 감지하고 몰려든다.

새의 감각은 새들이 어떻게 세상을 지각하는지, 또 새들의 감각에 대한 연구가 어떻게 진전돼 왔는지를 설명하는 책이다. 평생 새를 연구하며 북극부터 아마존까지 세계 곳곳을 누빈 저자는 새의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 자각(磁覺), 정서 등 새들의 내밀한 감각세계를 탁월한 솜씨로 들려준다.

매의 시력이 좋은 것은 안구 뒤쪽에 있는 시각적 민감점인 눈오목이 사람과 달리 두 개이기 때문이다. 눈오목은 안구 뒤쪽의 망막에 파인 작은 구멍인데 이곳에 빛을 탐지하는 세포인 광수용기가 밀집해 있다. 기름쏙독새가 어둠 속에서도 빠르고 정확하게 장애물을 피해가는 것은 저주파음을 발사해 그 반향에 의해 위치를 파악하는 반향정위(反響定位) 덕분이다.

새에게도 미각이 있을까. 1970년대 네덜란드의 헤르만 베르크하우트는 청둥오리의 입을 현미경으로 관찰해 위아래 턱에 미각을 맡은 기관인 맛봉오리가 400개쯤 있으며 혀에는 하나도 없음을 발견했다. 그제서야 왜 청둥오리가 완두를 부리로 집기만 해도 맛있는지 없는지를 귀신같이 알아냈는지 밝혀졌다.

이처럼 새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오감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기장 감각’이라는 제6감도 갖고 있다. 새가 GPS를 내장한 것처럼 먼길을 잘 찾아가는 것은 바로 자각 덕분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