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직장생활, 영화 보며 배워라
‘007 스카이폴’은 상관과 부하 간 조직 내부의 상황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훌륭한 첩보영화다.

조직은 약간의 경비만 지급하고 위험한 임무를 첩보원 제임스 본드에게 맡긴다. 본드는 정규 사원이 아니라 일회용 계약 직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직장으로 옮겨갈 수 없다.

스파이는 진정한 ‘워킹 푸어’다. 목숨을 잃을 뻔한 본드가 조직에 돌아왔을 때 상사인 M은 살아 돌아와 기쁘다며 안아주기는커녕 “너무 늦게 왔다. 살아 있었다면 전화라도 해야지”라고 꾸짖는다. 그런데 관객들은 이런 모습을 좋아했다. 본드와 M은 어머니와 자식 같은 관계다. 본드의 행동에 M은 무한책임을 진다. 오늘날 젊은이들이 직장 내 상하 관계에서 바라는 것도 보상과 월급보다 밀접한 인간 관계다.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회사에 다니나는 일본의 애니메이션 거장이 여러 영화에서 간파한 직장인의 처세술을 소개한다. 저자는 영화 제작 현장과 회사의 조직 활동이 근본적으로 동일한 원리로 움직이며 뛰어난 영화일수록 인간과 사회의 본질에 다가서는 교훈을 담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감독은 항상 승부에 대해 생각하며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는 것은 회사에서 개인이 살아남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승패’와 ‘인간 관계’를 충분히 이해할 때 비로소 조직에서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