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주요大, 개성으로 승부해야…스탠퍼드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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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퇴임하는 민경찬 연세대 교수
"뽑기 경쟁 말고 가르치기 경쟁 할 때"
"뽑기 경쟁 말고 가르치기 경쟁 할 때"
[ 김봉구 기자 ] “우리 대학들은 입시에서 별 고민이 없었습니다. ‘점수 갖고 와라’ 해서 똑같은 기준으로 학생들 뽑았어요. 바뀌어야죠. 제대로 된 철학을 갖고 입시에 투자해야 합니다. 창업을 독려해 실리콘밸리를 주도하고 있는 스탠퍼드대를 보세요.”
지난달 말 퇴임한 민경찬 연세대 교수(66·사진)는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주요 대학들부터 독자적 목표를 세워 어떤 학생을 뽑아 가르칠지 초·중·고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학생들을 점수대로 줄 세워 커트라인에 맞춰 잘라내는 ‘대입 갑질’을 그만둬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이 뽑기 경쟁 말고 가르치기 경쟁을 할 때”란 설명이 뒤따랐다. 더 이상 대학들이 한 가지 잣대로 우수학생 뽑기에 골몰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민 교수는 수학자다. 대한수학회장을 맡은 2006년 세계수학자대회 한국 유치를 공언, 지난해 국내 개최로 결실을 맺었다. 기초진흥연구협의회장, 국가중점과학기술전략로드맵추진단장, 바른과학기술사회실현을위한국민연합(과실연) 상임대표 등 굵직한 이공계 직책을 거쳤다.
그런 그가 전공 분야 못지않게 심혈을 기울인 프로젝트가 바로 ‘잘 가르치는 대학’ 만들기였다.
민 교수는 ‘잘 가르치는 대학’으로 통칭되는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ACE) 지원사업의 산파 역할을 했다. ACE 사업은 대학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학술연구에 치우친 데 문제의식을 갖고 착안한 국책사업이다. 연구실적뿐 아니라 학생교육 잘하는 교수나 대학도 가치를 인정받고 지원받을 수 있도록 목소리를 냈다.
그는 “ACE 사업 연착륙으로 각 대학이 인재상과 핵심역량에 맞춰 뽑고 가르치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점수 위주 평가·선발방식을 벗어나는 단초”라며 “이런 대학의 변화를 인지하면 고교와 중학교 단계에서의 학생교육 방식도 연쇄적으로 바뀌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체적으로 주요 대학의 입시 변화부터 주문했다.
대학별로 차별화된 인재상과 교육철학 정립이 우선. 거기에 걸맞은 잠재력을 지닌 학생을 찾는 입시 변화와 투자가 다음 단계. 더 중요한 건 교육철학과 커리큘럼이다. 그래야 천편일률적 기준으로 획일화, 서열화된 기존 틀에서 벗어나 독자적 개성을 갖춘 인재로 길러낼 수 있다.
“지금까지는 대학이 고교에 요구하는 게 없었습니다. 달라져야죠. 대학은 초·중등 교육은 어떻게 되는지 깊이 알고, 초·중등학교는 대학이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 파악해야 해요. 대학들이 고민을 하고 앞선 단계 학교들과 연계해 ‘학업 생태계’를 잘 엮어가는 게 중요합니다.”
그가 보는 대학 변화의 큰 줄기는 ‘생각하는 힘’이다. 민 교수는 “특수목적고 출신 우수학생들이 해외 대학에 진학하면 50%나 실패를 겪는다고 한다”면서 “문제풀이 같은 기술적 부분보다 장기적으로는 사고의 힘, 개념이 강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취약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확신은 연세대 입학처장 시절의 경험에서 나온다. 그는 “농·어촌 특별전형으로 들어온 학생들이 처음엔 강남에서 사교육 받고 입학한 학생들에 뒤지는데 나중엔 평준화됐다”며 “특목고 교육 성과의 실체가 점수교육과 선행학습은 아닌지 꼼꼼히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신뢰를 쌓는 게 핵심이다.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꾸준히 대학 변화에 투자해야 한다는 당부도 곁들였다.
“길게 보고 크게 가야죠. 한 두 해에 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진정성을 갖고 접근해야 합니다. 한 10년 일관되게 추진하며 노하우를 쌓고 학생, 학부모에게 ‘이 방향으로 가겠다’란 진정성을 보여줘야 해요. 그 과정에서 대학마다 입시 정책에 철학을 심는 투자도 해야죠.”
민 교수는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건 철학”이라며 “주요 대학 총장들이 모여 공동의 리더십을 갖고 초·중등 교육 정상화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대학의 틀을 넘어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교육 수요자들과 손 잡고 본질적 변화를 이끌어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지난달 말 퇴임한 민경찬 연세대 교수(66·사진)는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주요 대학들부터 독자적 목표를 세워 어떤 학생을 뽑아 가르칠지 초·중·고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학생들을 점수대로 줄 세워 커트라인에 맞춰 잘라내는 ‘대입 갑질’을 그만둬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이 뽑기 경쟁 말고 가르치기 경쟁을 할 때”란 설명이 뒤따랐다. 더 이상 대학들이 한 가지 잣대로 우수학생 뽑기에 골몰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민 교수는 수학자다. 대한수학회장을 맡은 2006년 세계수학자대회 한국 유치를 공언, 지난해 국내 개최로 결실을 맺었다. 기초진흥연구협의회장, 국가중점과학기술전략로드맵추진단장, 바른과학기술사회실현을위한국민연합(과실연) 상임대표 등 굵직한 이공계 직책을 거쳤다.
그런 그가 전공 분야 못지않게 심혈을 기울인 프로젝트가 바로 ‘잘 가르치는 대학’ 만들기였다.
민 교수는 ‘잘 가르치는 대학’으로 통칭되는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ACE) 지원사업의 산파 역할을 했다. ACE 사업은 대학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학술연구에 치우친 데 문제의식을 갖고 착안한 국책사업이다. 연구실적뿐 아니라 학생교육 잘하는 교수나 대학도 가치를 인정받고 지원받을 수 있도록 목소리를 냈다.
그는 “ACE 사업 연착륙으로 각 대학이 인재상과 핵심역량에 맞춰 뽑고 가르치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점수 위주 평가·선발방식을 벗어나는 단초”라며 “이런 대학의 변화를 인지하면 고교와 중학교 단계에서의 학생교육 방식도 연쇄적으로 바뀌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체적으로 주요 대학의 입시 변화부터 주문했다.
대학별로 차별화된 인재상과 교육철학 정립이 우선. 거기에 걸맞은 잠재력을 지닌 학생을 찾는 입시 변화와 투자가 다음 단계. 더 중요한 건 교육철학과 커리큘럼이다. 그래야 천편일률적 기준으로 획일화, 서열화된 기존 틀에서 벗어나 독자적 개성을 갖춘 인재로 길러낼 수 있다.
“지금까지는 대학이 고교에 요구하는 게 없었습니다. 달라져야죠. 대학은 초·중등 교육은 어떻게 되는지 깊이 알고, 초·중등학교는 대학이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 파악해야 해요. 대학들이 고민을 하고 앞선 단계 학교들과 연계해 ‘학업 생태계’를 잘 엮어가는 게 중요합니다.”
그가 보는 대학 변화의 큰 줄기는 ‘생각하는 힘’이다. 민 교수는 “특수목적고 출신 우수학생들이 해외 대학에 진학하면 50%나 실패를 겪는다고 한다”면서 “문제풀이 같은 기술적 부분보다 장기적으로는 사고의 힘, 개념이 강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취약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확신은 연세대 입학처장 시절의 경험에서 나온다. 그는 “농·어촌 특별전형으로 들어온 학생들이 처음엔 강남에서 사교육 받고 입학한 학생들에 뒤지는데 나중엔 평준화됐다”며 “특목고 교육 성과의 실체가 점수교육과 선행학습은 아닌지 꼼꼼히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신뢰를 쌓는 게 핵심이다.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꾸준히 대학 변화에 투자해야 한다는 당부도 곁들였다.
“길게 보고 크게 가야죠. 한 두 해에 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진정성을 갖고 접근해야 합니다. 한 10년 일관되게 추진하며 노하우를 쌓고 학생, 학부모에게 ‘이 방향으로 가겠다’란 진정성을 보여줘야 해요. 그 과정에서 대학마다 입시 정책에 철학을 심는 투자도 해야죠.”
민 교수는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건 철학”이라며 “주요 대학 총장들이 모여 공동의 리더십을 갖고 초·중등 교육 정상화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대학의 틀을 넘어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교육 수요자들과 손 잡고 본질적 변화를 이끌어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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